인민경제계획법 개정…계획에 없는 제품 생산은 실적 불인정
2월 전원회의서 '경제계획 법적 감시통제' 김정은 지시 법제화
북한, 경제계획 수립부터 실적까지 사법기관이 감시한다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성장' 노선을 내건 북한이 경제계획 작성과 이행 전 과정의 감독 역할을 사법기구에 맡기며 법적 통제 강화에 나섰다.

올해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했던 '위법적 경제활동 타파'와 관련한 조치로 경제계획 집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탈행위를 막고 국가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8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인민경제계획법'을 6년 만에 개정하고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수정 보완 내용을 공개했다.

인민경제계획법은 '경제사령부'인 내각의 지휘 아래 군수공업을 제외한 국가 경제의 계획 작성부터 시달, 실행 등 전 과정의 규범과 감독 통제에 관한 규정을 명시한 법이다.

개정 법령의 핵심은 제5장에서 경제계획의 지도·통제의 담당 기관으로 사법당국인 '검찰기관'을 추가로 못 박은 점이다.

기존에는 '국가계획기관과 해당 감독통제기관'이 인민경제계획 사업의 감독·통제를 맡게 돼 있었는데, 개정 법에서는 국가계획기관 대신 '검찰기관'으로 적시했다.

개정 법령은 "검찰기관과 해당 감독통제기관은 인민경제계획 작성 및 시달 정형과 계획 수행에 필요한 로력(인력), 설비, 자재, 자금보장 정형(실태), 계획 및 계약규율 준수 정형, 계획수행 총화 및 실적 보고 정형 등에 대한 법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경제계획 수립부터 마지막 단계의 실적 보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감시·통제 권한을 검찰기관에 준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2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밝힌 "인민경제계획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 대한 법적 감시와 통제 강화" 지시를 법으로 명문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경제계획 수립부터 실적까지 사법기관이 감시한다
당시 김 위원장은 "검찰기관을 비롯한 법 기관들의 역할을 높여 경제계획을 바로 시달하고 정확히 집행하도록 한다"며 "경제활동에서 나타나는 온갖 위법 행위들과의 법적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위원장 최측근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간부들이 목표 미달 책임을 회피하고자 계획을 과도하게 낮춰 잡는 등 '극도의 소극성·보신주의'에 사로잡혀 새 5개년계획의 첫해부터 방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당 경제부장을 임명 한 달 만에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개정된 법령은 또 "계획에 없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건설, 봉사한 경우에는 인민경제계획 실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점이 눈에 띈다.

기존 법은 "인민경제계획에 없는 제품 생산과 건설은 할 수 없다"면서도 "불가피한 사정으로 계획을 변경시켜 실행하려는 기관은 그것을 비준한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었다.

그간 단서 조항을 이용해 경제계획을 변경시켜 실행하거나 계획에 없던 제품을 생산해놓고 계획 수행 실적으로 밀어 넣는 일이 빈번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경제계획 실적 평가 기준을 바꿈으로써 당초 수립한 계획이 현장에서 그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놨으며, 이후 잇단 전원회의와 정치국 회의 등을 거쳐 대책을 논의하며 계획 완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북한, 경제계획 수립부터 실적까지 사법기관이 감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