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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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자신의 공약인 '쌀시장 격리 신속시행'에 반대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당은 페이스대로 바뀌었는데 기재부는 죽어도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7일 전남 강진군 안풍마을을 찾아 농민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국민반상회'를 열었다. 이날 이 후보는 안풍마을 농민 오병영씨로부터 "벼농사를 짓는데 시장 격리를 후보가 주장해줘서 희망이 생겼다"며 "후보가 당을 확 잡았듯 이 사안에서도 실력을 한번 보여주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당은 제 페이스대로 많이 바뀌었는데 기재부는 죽어도 잡히질 않는다. 홍 장관은 이런 분들의 얘기를 제발 좀 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한 지지자가 "홍 후보를 맴매(회초리질)해야 한다"고 말하자 "두드려패는 것은 안되고 맴매"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쌀시장 격리는 농업계와 전남 지역 민심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생산자단체의 초과생산량이 예상생산량의 3% 이상인 경우나 수확기 가격이 평년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는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시킬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쌀값 하락과 비료가격 폭등이 없도록 선제 대응하겠다"며 정부가 시장 격리를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농업계에서는 자동시장격리제가 이전의 변동직불제를 대체해 도입됐고, 이미 올해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7% 증가한 만큼 격리 없이는 쌀값 하락 상황에서 농민의 소득을 지지할 방안이 전무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기재부는 농산물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때 쌀 가격 상승을 불러올 시장격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양곡관리법은 정부가 시장 격리를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격리 시행에 반대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후보는 이날 "공직자들에게 국민들이 권한을 맡기는 것은 그 권한으로 일을 하라는 것인데 (기재부는)왜 사용하지 않는가"라며 "농민들은 정부에게 부탁을 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진=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