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참석 소규모 영결식…화장 거쳐 자택서 초우제
5·18 빠진 15초 대리사과…전두환 유해, 연희동 자택 임시안치(종합)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가 사망 닷새째인 27일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임시안치됐다.

유해가 향할 장지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자택에 당분간 머물게 된 것이다.

이날 오전 8시 17분께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차는 곧장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태극기가 아닌 무늬 없는 흰 천이 관을 덮고 있었다.

전씨의 시신은 '9번 화로'에 들어섰고 이내 전광판에는 '9번 고(故) 전두환님 대기중'이라는 글씨가 떴다.

화장은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전씨의 유해는 노란 보자기에 싸여 유족 측 손에 들렸다.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 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 씨, 딸 효선 씨, 재용 씨 부인인 배우 박상아 씨 등 유족 50여명은 침통한 표정으로 유골함을 바라봤다.

한때 전씨의 사위였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발인식부터 자리를 지켰다.

화장장 주변을 둘러싼 보수 유튜버나 극우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영웅입니다"를 외치면서 흐느끼기도 했다.

5·18 빠진 15초 대리사과…전두환 유해, 연희동 자택 임시안치(종합)
전씨의 유해는 이날 오후 1시 10분께 연희동 자택에 도착했다.

노제 없이 유족끼리 자택에서 초우제를 지냈다.

노제는 자택을 영원히 떠날 때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초우제로 대신했다는 게 전씨 측 설명이다.

전씨는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고 사실상의 유언을 남겼고, 유족 측은 고인의 뜻에 따라 화장을 한 뒤 휴전선과 가까운 곳에 안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군 주둔지인 전방 고지에 유해를 안장하려면 정부 측이나 관할 지자체, 필요시에는 군부대 또는 산림청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이순자 씨는 영결식 인사말에서 "남편은 평소 자신이 사망하면 장례를 간소히 하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며 "또 화장해서 북녘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달라고도 하셨다"고 유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남은 절차에 대해서는 우선 정신을 가다듬은 후 장성한 자녀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눠 남편의 유지를 정확하게 받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5·18 빠진 15초 대리사과…전두환 유해, 연희동 자택 임시안치(종합)
앞서 전씨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열렸다.

유족 50여명과 종교인, 일부 5공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영결식장에는 48석의 좌석만 마련됐다.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 씨는 흐느끼며 영결식장에 들어섰다.

이순자 씨는 유족 대표로 나와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특히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남편의 과오에 대해 '대리사과'를 내놓은 셈이지만, 그 범위를 '재임 중'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전씨가 1980년 9월 1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이전에 발생한 5·18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인다.

전씨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도 취재진과 만나 "5·18과 관련해 말한 게 아니라 분명히 재임 중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5·18 빠진 15초 대리사과…전두환 유해, 연희동 자택 임시안치(종합)
가족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줄곧 빈소를 지켰던 '5공 말 실세' 장세동 전 안기부장, 전씨 사자명예훼손 재판 법률대리인인 이양우 변호사 등이 자리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핵심 실세로 꼽혔던 '쓰리(3) 허' 중 한 명이던 허화평 전 의원도 곁을 지켰다.

영결식장 가운데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전씨의 영정 사진이 놓였다.

양옆으로는 김양재 우리들교회 담임목사와 서의현 전 조계종 총무원장 조화가 배치됐다.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지난달 문안 인사차 방문한 저를 현관문 앞까지 나와 잘 가라고 당부한 모습이 눈앞에 생생한데, 왜 싸늘히 누워 계시느냐"며 "임기 마치는 날 청와대에서 걸어나온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영결식 진행 내내 보수 유튜버 50여명과 극우 지지자들이 식장 앞에 몰려들며 일대에는 소란이 이어졌다.

유족 대신 곡소리를 내는 중년 여성도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