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특례가 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됐다. 국방부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사실상 BTS를 겨냥한 병역 특례의 ‘공정성’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25일 회의에서 큰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 3건을 의결하지 않고 잠정 보류했다. 국방위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를 찬성하는 의원들과 반대하는 의원들 사이 첨예한 의견 대립이 벌어졌다.

병역법 개정안 3건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윤상현·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현행 법령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동메달 이상 수상자를 ‘체육요원’, 특정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과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5년 이상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사람 등을 ‘예술요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대체복무 기회가 부여되는데 대중문화예술 분야만 빠져 있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성 의원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클래식 음악 콩쿠르 1위 수상자와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대상을 수상한 BTS 중 누가 더 국위를 선양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올림픽 메달 1개의 경제적 가치는 최고 2690억원이지만 BTS의 경제 유발 효과는 10년간 약 56조 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도 제시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병역특례 대상자를 체육·문화훈장을 받은 사람으로만 제한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병역 특례의 대상 범위를 좁히는 것이지만 BTS가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만큼 BTS의 병역 특례의 길은 열어둔 것이다.

반면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의 ‘공정성’을 지적하며 병역 특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병역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특례 범위를 최소화하되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역 특례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례를 폐지하는 것이 더욱 공정하다고 한 것이다.

대선 후보 간 공약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수예술과 체육계에 대체복무 혜택을 주면서 오직 대중문화 분야만 예외로 둔다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이라며 BTS의 대체복무를 지지했다.

이날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며 올해 정기국회 회기 내 개정안의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법안이 폐기되지 않고 소위에 계류됐다는 점에서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국방위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개정안과 관련해 공청회와 간담회 등 공론화 절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날도 병역특례 대상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예술·체육요원의 (대체복무) 편입 대상 확대는 선택하기 어렵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도 지난 9월 국방위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