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대책위 "배임 방조죄" vs 부지사 "사실과 달라…마무리된 사안"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가 마을 이장에게 사업 찬성 대가로 금품을 주고 변호사비를 대신 내준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변호사비를 대납받은 인물이 고영권 현 제주도 정무부지사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 정무부지사 '사업자 대납 변호사 수임료' 받아 논란
25일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가 확보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고 부지사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지난해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용지가 있는 선흘2리 전 이장 A씨 관련 사건 2건을 수임했다.

두 사건은 동물테마파크를 반대하는 같은 마을 주민들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장 직무 집행정지 및 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과 명예훼손 고발 건이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은 A씨와 관련된 이들 사건의 변호사 수임료 총 950만원을 지난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현금과 계좌로 입금해 대납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 관계자들은 이미 A씨에게 사업 추진에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하며 금품을 주고, 변호사 선임료를 대납한 혐의(배임증재)로 기소됐다.

A씨 역시 배임수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첫 재판은 다음 달 3일 열린다.

이에 대해 반대대책위는 "법조인으로서 개발사업자 대표로부터 수임료를 받은 것은 불법(배임수·증재)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조한 '배임 방조죄'에 해당한다"며 "사업자가 변호사비를 대납한 의도를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대책위는 "고 부지사는 도민에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며 "수사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도정 최고책임자와 개발사업자 간의 유착 의혹을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설명자료를 통해 고 부지사가 동물테마파크 관련 변호사비 수임료 수령 당시 출처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도는 "고 부지사는 지난해 7월 정무부지사 지명 이후 사건 정리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알게 됐다"며 "수임료 대납 관련 내용은 경찰 참고인 조사를 거쳐 이미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여㎡ 부지에 야생동물 관람 시설과 호텔, 글램핑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추진돼왔으나 지난 3월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 심의에서 사업 변경안이 최종 부결됐다.

이후 사업자 측은 사파리 중심 동물원이 아닌 기존에 승인돼 2007년부터 추진되던 말 산업 중심의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겠다며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사업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지난 23일 심의를 통해 동물테마파크 사업 기간을 조건부로 1년 더 연장해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