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정부의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해 매년 30만 개 이상의 신규 창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안전망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관련 학과의 정원 확대, 최저임금·주 52시간근로제 완화 등 중소기업인들의 건의엔 난색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 정책비전’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99.9%, 고용의 82.7%를 차지한다”며 “소수의 대기업이 영업이익과 시장을 독식하는 양극화를 정치권이 나서 바로 세우겠다(잡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해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겠다고 했다.

이어 매년 30만 개가 넘는 신규 창업기업을 양성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혁신적 초연결이 가능한 클라우드 펀드와 대규모 메가테크펀드, K비전펀드를 조성하겠다”며 “여기에 정부가 선배 스타트업과 창업연대기금을 조성해 창업과 성장을 위한 투자금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중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공약으로 지역화폐 확대, 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노란우산공제 확대를 약속했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노란우산공제 가입에 따른 혜택과 복지 사업을 확대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역화폐 발행액을 대폭 늘려 소상공인 소득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경선 때 공약으로 내놨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단결·집단교섭권 허용’도 다시 꺼냈다. 이 후보는 “중소기업들에 단결권과 집단교섭 권한을 제공하고, 아직은 이르지만 지금의 불균형이 앞으로도 악화되면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할 때가 곧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이 후보에게 대학에서 관련 학과 정원 확대, 노동규제 완화 등을 요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와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 탄소 저감시설 지원 등과 관련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김문식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특별위원장은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주 52시간제를 비롯해 경직된 노동정책에 유연성을 불어넣어 달라”고 건의했다. 강상권 벤처기업협회장은 “중소벤처기업계에서는 당장 약 10만 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하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려야 하는데, 여기서 걸림돌이 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완화해 달라”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52시간제에서 중소기업을 예외로 해야 하지 않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며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 기업만 있는 것도 아니고, 노동계 입장도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의 소프트웨어 학과 증설을 허용하면 지방 기업들이 ‘수도권 집중이 심화된다’고 해 난리가 난다”고 했다.

전범진/안대규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