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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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 7조’ 국민청원으로 명성을 얻은 논객 조은산이 인천 흉기 난동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논란의 단초가 된 사건에 대한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산은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똥개의 기본자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임기 말에 괜한 논란에 휘말려 지지율이나 잃진 않을까,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정치인으로서 노심초사하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건, ‘여경·남경의 문제가 아니’라며 ‘기본자세의 문제’라는, 그토록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는 대통령의 상투적인 어법이 아니다"라며 "국민은 지금 책임 있는 자에 의한 실질적인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는 방관자다. 그는 논란의 단초가 된 이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국 여경 남경의 문제가 아닌 기본자세의 문제라는 결론밖에 도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앞으로도 국민이 계속 죽어 나가는 것을 방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은산은 "이 사건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치안 현실과 정치적 논리에 의해 변형된 페미니즘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라며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칼을 든 범죄자와 무고한 시민, 그리고 출동 경찰관 중 누군가가 꼭 죽어야 한다면, 이 사회는 언제나 그것이 시민이거나 혹은 경찰관일 것을 강요해 왔다"면서 "인권에 소름 끼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온 진보 진영은 쌍팔년도 민주화 운동 시절의 백골단과 이근안 경감의 환영을 2021년의 선진 경찰에게도 투영해 왔고, 그것은 공권력의 약화가 아닌 소멸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선택의 자유는 언제나 ‘누구를 어떻게 죽일까’를 고민하는 살인자의 몫이었고, ‘살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민 혹은 ‘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경찰관의 몫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 나라는 죽어 나가는 국민과 순직 경찰관은 그토록 많은데, 정작 죽어야 할 범죄자는 절대 죽지 않는 기이한 나라가 됐다"면서 "불시에 흉기를 마주한 상황에서 ‘경찰도 사람이다’는 논리는 진부하다. 사실 한국 경찰은 똥개다. 입마개를 쓰고 발싸개를 찬 채, 강제로 투견장에 내몰려 도사견을 상대해야 하는 그 똥개에게 ‘기본자세’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조은산은 "그 기본자세라는 것이 제2차 세계대전 말, 일제의 ‘가미카제’식의 육탄 돌격을 뜻한다면 이제 와 비로소 성별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며 "대다수 여성은 남성보다 육체적으로 체력적으로 결코 우월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내게도 묻지 말고 페미니스트에게도 묻지 말라.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결국 여경·남경 문제가 아니라는 그의 말은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다. 페미니즘으로 흥한 자, 페미니즘으로 대신 죽어가는 국민 뒤에 숨어 안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결국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국 주도하에 이루어진 남녀평등 선발 기준에 대한 모호함도, 성별 갈등 논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이 나라의 정치적 치안 현실에서도, 그는 제 입장에 충실한 몇 마디 말들만 남긴 채 휴대폰의 뉴스 화면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면서 "2016년 오패산 총기 난사 사건으로 경찰관이 사망했을 때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들어 경찰의 성찰을 요구했던 그에게 현실 감각 이상의 그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2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의 경찰 대응과 관련해 "이는 남경과 여경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기본자세와 관련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참모 회의에서 "경찰의 최우선적 의무는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5일 인천시 남동구의 빌라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출동한 여경이 구급 지원 요청 등을 이유로 현장에서 이탈하자 경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