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다양한 계기 소통 공감…내달 외교수장 대면 가능성
한일, 서울서 국장협의…독도·과거사 평행선에도 "협의 가속화"
일본의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 불참 등으로 한일 간 갈등이 부각된 상황에서 양국 국장급 당국자가 서울에서 깜짝 협의를 했다.

이상렬 외교부 아태국장은 22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국장 협의를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지난 9월 16일 도쿄에서 만난 지 2개월여 만으로,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이 국장은 협의에서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양측 간 협의를 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측의 우려와 입장도 재차 전달했다.

이에 대해 후나코시 국장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양국의 갈등 현안인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의견 접근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후나코시 국장은 독도에 대한 일본 측 입장을 전달했으며, 이 국장은 어떤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최근 독도 문제로 양국 간 긴장이 더해져서인지 한일 국장급협의 개최 계획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았고 후나코시 국장도 비공개로 방한했다.

다만 두 국장은 현안 해결을 위해 다양한 계기를 활용해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국장은 일본이 최근 외국인 입국 완화 조치를 하며 한국 기업인과 취업자, 유학생 등 필수 인력의 왕래가 가능해진 점을 환영하고, 인적 교류를 점차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는 미국 워싱턴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회동에서 일본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공동 기자회견을 무산시키는 '돌출 행동'을 한 직후 개최돼 눈길을 끈다.

양국이 독도 문제로 갈등을 공개 표출한 이후에도 소통을 지속함에 따라 앞으로 현안 진전의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특히 다음 달 10∼12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리는 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이 모두 초청돼 한일 외교수장의 대면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 장관의 해당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연합뉴스에 "여타 외교일정을 고려해 참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북핵 수석대표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후나코시 국장과 만나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핵·북한 문제에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

그간 종전선언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온 일본 측이 어떤 견해를 밝혔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