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완성' 주장…전문가들 "사실상 작전운용 단계, 질적·양적 모두 발전"
ICBM 재진입 기술은 '아직'…"신형 SLBM·극초음속 미사일 등 추가 시험할듯"
[김정은 집권 10년] ⑤ 핵전력 구축 가속화…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국방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장기간 전방위 대북제재에도 꿈쩍 않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했다.

집권 후 네 차례 핵실험 등으로 일찌감치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실제로 일부는 제한적으로나마 작전운용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동시에 다양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개발하고, 최근에는 다종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HCM)까지 공개하며 광범위한 핵·미사일 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2011년 12월 30일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김 위원장은 이듬해 첫 신년사에서부터 "선군의 기치높이 나라의 국방력을 백방으로 다져나가야 한다"며 국방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중에서도 핵 능력은 김정은 시대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전문가들은 21일 평가했다.

통상 핵보유국은 연구개발부터 운용 준비 및 전력 증강 등의 단계를 거친다.

선대에 핵개발 인력 양성과 관련 시설 구축, 핵물질 생산 기반 등을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실전 운용이 가능한 핵탄두와 투발수단인 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2년여만인 2013년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해 핵 보유 의지를 분명히 했고, 같은 해 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7년 6차까지 총 네 차례 핵실험을 강행했다.

6차 핵실험이 이뤄진 같은 해 말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고, 이를 미국 본토 등으로 날릴 수 있는 투발 수단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핵탄두 소형·다종화도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10년] ⑤ 핵전력 구축 가속화…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전문가와 외국 기관들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재고(nuclear arsenal)는 30∼60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국방부도 '2020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여kg과 상당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6차례 핵실험을 고려하면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핵공학 박사)은 지난달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발간한 국방정책연구(133호)에 실린 '북한의 핵전략 변화 고찰: 전술핵 개발의 전략적 함의' 제목의 논문에서 "현재 북한의 핵개발 수준은 연구개발 단계가 아니라 제한적이나마 핵전력을 작전 운용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지속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업위성 영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외 관련 기관들의 평가를 고려할 때, 현재 북한은 핵 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추정 핵 보유 규모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집권 10년] ⑤ 핵전력 구축 가속화…극초음속 미사일까지
김 위원장은 '핵무기 투발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의 개량 및 신형 미사일 개발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양적·질적 측면에서 모두 능력이 강화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집권 초기인 2012년부터 작전 배치됐거나 개발 중인 미사일에 대한 시험 발사를 본격화했다.

미 본토를 겨냥하는 ICBM의 경우 2012년 두 차례 '광명성 3호' 시험발사에 이어 2017년에 화성-12형을 북태평양 방향으로 발사했고, 화성-14형, 15형을 잇달아 시험발사하며 기술 위력을 과시했다.

작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세계 최장 길이'의 다탄두 형상을 갖춘 신형 ICBM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의 핵심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한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실거리 사격'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 남한을 사정권으로 하는 다양한 단거리 미사일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북미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2018년에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KN-24를 비롯해 초대형 방사포(KN-25),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여러 종류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공개하고 시험 발사했다.

연료 주입이 필요 없는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주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존 스커드나 노동 계열 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인 기습 타격이 가능하다.

SLBM 역시 다탄두 탑재가 가능한 외형을 갖춘 '북극성-4·5ㅅ(시옷)'을 비롯해 '미니 SLBM' 등 종류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미니 SLBM'의 잠수함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SLBM 여러 발 탑재가 가능한 3천t급 신형 잠수함도 건조 단계에 있다.

여기에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공언한 대로 지난 9월 28일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형'을 처음 시험 발사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빠른 속도로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최근 국방과학발전전람회와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각종 미사일 개발 계획을 최단기간에 달성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SLBM, 기동식 재진입체(MARV) 탄도미사일 추가 시험발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략군 예하 미사일여단을 9개에서 13개로 증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시험발사에 성공한 다양한 미사일이 실전 배치단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김정은 집권 10년] ⑤ 핵전력 구축 가속화…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