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당청논의→당정논의' 수정했지만…'당정청 사전교감설' 힘실려
당정갈등 위험신호에 장시간 머리 맞대…'초과세수 용처' 이견 바로잡은 듯
여권에선 '후보 결단' 부각…청와대 막후 역할론 나와
재난지원금 전격 철회, 분주히 움직인 당정…靑과 교감 주목(종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사실상 철회한 이면에는 당정청 사이의 긴박한 물밑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그동안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충돌 양상을 빚으며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했던 민주당과 정부가 전날에는 장시간 머리를 맞대 당정갈등의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논의 결과는 이 후보의 결정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 역시 당정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겉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이 후보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핵심 공약에서 후퇴한 배경에는 당정관계를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난지원금 전격 철회, 분주히 움직인 당정…靑과 교감 주목(종합)
◇ 당정협의서 초과세수 사용처 이견 좁힌듯…갈등 봉합하며 출구모색
전날 이 후보가 공약 선회를 발표하자 정치권에서는 후보 캠프와 민주당이 정부 측, 나아가 청와대와도 물밑에서 논의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던 중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9일 오전 공개 발언에서 "당청이 모여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를 내년으로 이월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모았다"고 밝혔다.

송 대표의 발언 직후 민주당은 '당청이 모여서'를 '당정이 모여서'로 바로잡는다고 공지, 당정협의가 있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 역시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날 당정 간 협의가 있었으며, 여기서 어느 정도 논의가 끝난 다음인 오후 4시께 이 후보가 전격적으로 전국민지급 철회 방침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협의에는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나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는 기재부 차관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정 사이에서는 초과세수인 19조원의 사용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당이 전국민 지급을 위해 이 초과세수를 활용하자는 주장을 편 것에 반해 기재부는 "지방교부금 등의 다른 용처를 고려하면 이 돈을 모두 쓸 수는 없다"고 맞서왔다.

협의에서는 정부가 돈의 사용처를 여당에 자세히 설명하며 '전국민 지원'을 철회하자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박 정책위의장이 전날 이 후보의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니 (전국민) 지원금을 추진하기에는 재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자세한 설명을 접한 뒤 민주당이 내세운 '재원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정이 함께 재원 문제를 들여다보고 '영점 조정'을 마친 뒤 이를 이 후보 측에도 전달했고, 이런 논의 결과가 자연스럽게 이 후보의 발표로 이어진 것이 '전격 철회'를 결정한 것이 전날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송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잘 이해하고 함께 의견을 모아 준 이 후보에게 감사드린다"고 한 것도 이같은 순서로 설득작업이 벌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움직임은 거칠어지는 당정갈등에 위험신호를 느낀 당정이 수면 아래에서 함께 '출구'를 모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정부의 세수 초과액 과소 추계를 두고 "국정조사 사안"이라고 거세게 비판하고, 이 후보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만행에 가까운 예산편성"이라고 직격하는 등 신경전이 거칠어지며 당정갈등 격화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송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기획재정부가 여태 너무 소극적으로 세입추계를 잡는 바람에 소극적 재정이 된 것은 유감이다.

기재부가 반성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당정 갈등이 완전 해소됐다기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일단 봉합'에 그쳤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재난지원금 전격 철회, 분주히 움직인 당정…靑과 교감 주목(종합)
◇ 공식 부인 속에도 청와대 막후 역할론…여권에선 '후보 결단' 부각
일부에서는 당정협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청와대와도 의견을 교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중립 논란을 우려해 고위 당정청 회의를 포함해 청와대가 참여하는 정책소통라인은 가동을 멈췄지만, 전화 통화 등을 이용한 비공식적 협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후보, 민주당 지도부, 청와대 정무라인 사이에서 당연히 소통이 있었을 것"이라며 "소통이 없었다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사전교감설'에 힘을 실었다.

특히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갈등은 청와대도 우려하는 대목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이 후보나 민주당을 상대로 한 청와대의 막후 설득 작업이 있었을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없어진 탓에 이번에 당정 간의 엇박자가 한층 더 심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물밑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진 것이 악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식 당정청 회의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와대의 활동 여지를 어느 정도 열어주는 소통채널이 비공식적으로 생겨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민주당과 청와대 측에서는 '청와대 사전교감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청 간 재난지원금을 논의했다고 발언하지 않았나'라는 취지의 질문에 "(당청이 아닌) 당정, 당정, 당정, 당정, 당정"이라고 다섯 차례나 되풀이하며 거듭 못박았다.

송 대표는 '이후에라도 청와대 측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청와대하고 정부가 이미 소통하지 않았겠느냐"며 청와대와의 만남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지시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전교감설에 당청이 모두 선을 긋는 배경에는 현직 대통령과 대선후보 간 민감한 관계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요청을 후보나 당이 수용했다'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당청이 공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 캠프 입장에서도 이번 전국민지급 철회는 실용성과 유연성을 보여주기 위한 이 후보의 결단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 유리하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만에 하나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더라도 최종 결정은 이 후보 본인이 내리는 것"이라며 "결국 선거전략 측면에서 이 후보가 결단을 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