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에 '가용은 2.5조' 보고받고 3시간만에 전격 회군…이재명 "난 실용주의자"
민주, 재원조달 가능하다 보고 지원금 추진하다 '헛발질' 지적도
정부·野반대 속 재원부족에…이재명, 전국민지원금 사실상 '백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8일 자신의 핵심 정책인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카드를 전격 철회하며 후퇴했다.

여기에는 민주당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전국민 지원금을 관철을 시도할 경우 잘못하면 코로나19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야당은 물론 정부가 반대하는 것이 이 후보가 전국민 지원금을 접은 이유로 꼽힌다.

당 지도부가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 전국민 지원금 지급을 계속 추진할 경우 당정이 충돌하는 모습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가 선거개입 논란 등을 이유로 전국민 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갈등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번 전격 철회의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반대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초과 세수 발생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민생 안정 및 국채 상환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는 21일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사흘 앞두고 전국민 지원금 지급 방침을 번복했다.

만약 이 후보가 이날 철회를 하지 않았을 경우 문 대통령에 전국민 지원금 지급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이 후보의 전격 철회에는 현실적으로는 재원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채 추가 발행 없이 내년도 본예산에 전국민 지원금을 편성하기에는 재원이 크게 부족하다는 박완주 정책위의장의 보고를 받고 약 3시간 정도 뒤인 이날 오후 4시께 철회 입장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19조원의 초과 세수를 활용하면 재원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내년 1월에 방역지원 명목으로 전국민 지원금 지급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박 의장은 이날 낮 12시 20분께 20분간 이 후보에게 현실적으로 가용한 재원은 2조5천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재원 계산을 잘못했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박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초과세수에서 40%는 지방교부금으로 줘야 하고 일부는 유류세 인하에 사용해야 한다.

과세이연을 해도 가용 자원이 2조5천억원인데 이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현실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박 의장의 이런 보고를 들은 뒤 "바닥에서는 지금 힘들다고 난리인데,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빨리 합의해서 지원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에 박 의원은 "초과세수 19조원으로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추가 국채 발해을 하지 않을 경우 전국민 지원금 지급이 어렵다는 의미로, 추가로 빚을 내지 않고 전국민에 지원금을 줄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나는 정말 실용주의자"라면서 "돈이 안되면 빚을 내선 할 수 없다"면서 자신의 대표 정책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역화폐 예산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전국민 지원금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신속 지원이라는 대의가 훼손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됐다"면서 "제 주장 때문에 제외된 업종에 대한 추가 지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제 주장을 접고 정부와 야당, 민주당이 신속하고 과감하고 폭넓은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맞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 가운데 지역화폐 사업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에 대한 예산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전국민 지원금 지급에 대한 반대 여론도 이번 결정에 일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조사에서 60.1%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했다.

특히 20대(68.0%), 대구·경북(70.5%), 자영업자층(62.8%)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정부·野반대 속 재원부족에…이재명, 전국민지원금 사실상 '백기'
인용된 여론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KSOI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