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처럼 밟혀"…이재명, '기운 운동장' 인식에 연일 언론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장동 의혹부터 "부산은 재미없잖아" 발언에 대한 비판까지 언론의 견제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보다는 자신에게 집중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여기에는 이런 불균형이 해소가 안되면 대선판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돼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2∼14일 사흘간 진행한 부산·울산·경남 순회 일정에서 즉석연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았다.

12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언론 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

상대방은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간다"고 말했다.

14일에는 거창군청 앞 광장에서 "저는 어디 가서 말실수 하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요만한 거로 이만하게 만들고 다른 쪽은 엄청나게 문제가 있어도 '노코멘트, 나 몰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요새 조금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 "잡초처럼 밟히면서" 등의 표현을 동원했다.

이 후보의 이런 발언은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순간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대장동 의혹, 부인 김혜경씨의 낙상사고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느낀 것을 표현한 것에 가깝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 후보 측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언론이 성남시장 시절의 배임 의혹에만 유난히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보수언론이 후보의 발언 중 일부를 맥락과 무관하게 부각해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한다.

이달 초 불거진 '오피스 누나 이야기' 웹툰 관련 발언이나 부·울·경 순회 경선 도중 나온 '부산 재미없잖아' 발언 등의 경우를 그런 사례로 꼽는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후보 본인은 매우 억울해한다"며 "발언의 일부만 따서 맥락과 흐름을 보지 않고 악의적 공세의 용도로만 사용하니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인 낙상사고와 관련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상황에서 '소방 갑질' 보도 등까지 나오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후보는 선대위에도 이러한 언론 보도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부산 재미' 논란으로 인해 핵심 메시지이던 지역 균형발전이 뒤로 밀린 데서 보이듯, 발언의 일부분만 부각되는 일이 반복되면 향후 대선 캠페인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바탕에 깔려 있다.

선대위 대변인인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라디오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댓글 조작 방지 프로그램을) 임대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 본인이 워낙 많은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리스크가 수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튀는 돌발성 발언을 하다 보니 거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의 출범 등과 맞물려 민주당이 언론개혁 논의에 다시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적인 대응책을 얘기한 바는 없다"며 "전체적으로 우리의 주장이 잘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공보 대응을 더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 정도를 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