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맞잡은 尹·金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1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 전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손 맞잡은 尹·金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1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 전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이준석 대표는 회의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5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싸늘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선 자금을 집행하고 조직관리를 총괄하는 당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측의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후보 측은 회의가 열리기 한 시간 전 “다른 일정 관계로 후보가 최고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당에 전달했다. 윤 후보는 회의가 열리는 시간 이용호 무소속 의원을 만나러 간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은 “꼭 참석해야 할 조찬 일정이었다”고 밝혔지만, 윤 후보가 이 대표와의 인선 갈등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의 교체를 압박하고 있고, 이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윤 후보 측은 “대선 시기에 후보의 의중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사무총장이 임명되는 건 관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례적으로 회의 공개발언을 생략하면서까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회의 후 통상적으로 진행했던 기자들과의 ‘백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윤 후보 측을 향한 일종의 ‘항의성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이 대표가 공개발언을 건너뛴 것은 대선 예비 경선에서의 토론 실시 여부를 두고 윤 후보 측과 갈등을 벌였던 지난 8월 17일 최고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이 한 총장의 사퇴를 끌어내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이 대표와 직접 통화해 인선을 논의할 수 있었는데도 윤 후보 측 중진의원이 한 총장을 만나거나 언론플레이로 압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는 기싸움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선 자금을 집행하고 당의 조직을 관리하는 막강한 자리인 데다 대선 직후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인선 갈등에 대해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의견 조율을 위해 1 대 1 비공개 긴급회동을 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권성동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윤 후보 측은 후보에게 ‘당무 우선권’이 있는 만큼 선대위 구성을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 측은 윤 후보 주위의 측근들이 ‘대표 패싱’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선대위에서 총괄 선대본부장 자리를 없애고 정책, 조직, 홍보 등 4~5개 분야별 총괄 본부를 두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다만 김 위원장을 선대위의 ‘원톱’으로 영입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열린 김 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국가의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또다시 김 위원장이 역할을 하셔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그간 쌓아온 경륜으로 잘 지도해주고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된 질문에는 “조금 기다려보시죠”라며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성상훈/이동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