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영상 정상회담서 치열한 공방 예상…북핵 논의 여부도 주목
바이든-시진핑 첫 회담…대만·무역 실타래 풀 단초 찾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16일(미국시간 15일)로 정해지면서 회담이 미중 전략경쟁의 향배에 미칠 영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국제사회 공동 현안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회담을 앞두고 고무적인 신호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중심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자로, 중국은 '대국굴기'의 방해자로 상대를 간주하는 현 상황에서 대면도 아닌 영상 회담 한번으로 양국관계에 일대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다만 대만 문제와 무역 등 가장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리는 현안에서 엉킨 실타래를 풀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갈등 지수 높아진 대만 문제…'하나의 중국' 마지노선 확인할까?
대만 문제는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 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13일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간의 전화 통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당한 분량의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만 봐도 중국이 대만 문제에 두고 있는 비중을 알 수 있다.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에게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모든 고무 행위와 지지는 대만해협 평화를 파괴하고 결국 자업자득이 될 것임은 역사와 현실이 증명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만을 국가로 간주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하지만 최근 탈중국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대만 집권 민진당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고, 중국은 10월에 군용기 186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진입시키는 등 무력 시위와 통일의지 피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 상·하원 의원 6명이 미군 군용기를 타고 지난 9일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이 즉각 전투기와 정찰기 등 군용기 6대를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는 무력 시위를 하면서 대만해협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 무력시위을 '훈련'이라는 통상적 표현 대신 '전투대비 경계순찰'로 규정하면서 양안의 현 상황을 준 전시 체제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렸다.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 입으로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방어에 나서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양측이 '치킨게임'을 하는 형국이다.

양국은 서로 상대가 대만 문제의 '현상'을 변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하고, 미국은 중국이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 차이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 대만이 가지고 있는 서태평양 패권 관련 군사·안보적 가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다만 두 정상이 대만 문제의 '마지노선'을 확인하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소통 채널을 만드는 정도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영상 회담의 한계가 있지만 두 정상이 상대 정상으로부터 대만 문제에 대한 '속내'와 진정한 '레드라인'을 육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향후 상황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시진핑 첫 회담…대만·무역 실타래 풀 단초 찾을까
◇ 무역 갈등…미 "구매 약속부터" VS 중 "관세·제재 철폐해야"
경제·무역 분야에서도 양국 정상이 상반된 처지에서 각자 자기 입장을 천명한 식의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체결된 1단계 무역 합의와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가 경제·무역 분야 대화에서 양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 상품 구매를 대폭 확대하는 대가로 미중 상호 관세 전쟁을 봉합한 1단계 무역 합의는 연말 효력이 끝나기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두 정상이 트럼프 재임 시절의 '무역 전쟁'을 가까스로 봉합한 1단계 무역합의 후 어떻게 긴장 관리를 해 나갈 것인지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필요도 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중국 측에서 줄기차게 제기한 이슈라는 점에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미중 고위급 경제 관료 간 연쇄 접촉 과정을 복기해보면 경제·무역 분야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나눌 대화를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류허(劉鶴) 부총리는 지난달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잇따라 영상 전화 통화를 했는데 공통적으로 대중 고율 관세와 자국 기업 대상 제재 취소를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 후에도 연간 2천500억 달러(약 294조원)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기존 25% 관세를 계속 부과해왔고 중국도 미국 제품에 맞불 관세를 그대로 유지해왔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반도체 등 자국 첨단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중국이 1단계 합의 때 약속한 자국 상품 구매 확대 약속부터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타이 대표는 10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역 합의 준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상업용 항공기 구매 부족 문제를 콕 집어 지적하기도 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중국 측의 이행률은 60%에 그친다.

나아가 타이 대표는 류 부총리와 지난달 영상 전화 통화에서 산업 보조금 지급 등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체제가 자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변화를 압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 상품 구매 확대라는 '전리품'을 거두는 수준에서 만족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방치했던 미중 무역 관계의 '구조적 문제'까지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결국 중국은 미국 측에 고율 관세 및 중국 기업 제재 취소를 요구 중인 반면 미국은 근본적으로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는 셈이어서 이런 논쟁 구도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으로는 경제·기술 분야가 외교·안보·군사 분야 못지 않게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으로 부각되고 있어 환경 등 극히 제한적 분야를 제외하고는 양국 사이의 협력 지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미래 산업의 근간이 될 5세대 이동통신(5G),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최대한 늦추려는 전략을 이미 구체화하고 있기에 가까운 장래에 중국 측의 제재 해제 요구가 대폭 수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이든-시진핑 첫 회담…대만·무역 실타래 풀 단초 찾을까
◇ 북핵 등 한반도 문제 비중있게 논의될까
양국 정상은 기후문제를 비롯한 국제 관계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이기에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다뤄질지도 관심을 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을 꾸준히 설득하며 6·25 전쟁 종전선언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간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원칙적 합의라도 한다면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한다.

시 주석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초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도 한국의 종전선언 성사 노력과 관련해 한 가닥 기대를 걸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간헐적 미사일 발사를 제외하고는 소강 국면을 보내고 있는 북핵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비중있게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이달 말 협상이 재가동될 이란 핵 문제에 우선 순위를 양보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13일 정상회담 준비 차원에서 이뤄진 미중 외교장관 통화 내용을 소개한 중국 외교부 발표에도 국제 현안과 관련, "(두 장관이)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이란 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표현됐고, 북핵 문제는 적시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