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웃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웃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발(發) '원전 필요성' 논란을 수습하느라 청와대가 분주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와 상반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에서는 이런 논란이 정책 이해 부족 때문이라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원전 없이 탄소 중립이 불가하다는 게 헝가리 측 얘기로 나왔는데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변화하는 것인가'는 질문에 "일부에서 탈원전이라고 부르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수석은 "우리의 탈원전 정책은 2080년까지 아주 장기적으로 원전의 비율을 줄여가는 것"이라며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2050년까지 우리는 여전히 원전의 비율을 유지해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헝가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은 그런 우리의 입장을 충분하게 잘 설명을 했고 우리가 당장 오늘, 내일로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원전을 폐쇄하겠다 이런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박 수석의 말대로 정부가 당장 오늘 내일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정치권이나 언론, 국민들도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지금까지 "원전 없이 탄소 중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경제계와 학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다시피 하는 내용입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풍력 태양광의 간헐성 변동성 문제를 보완하는 발전은 원자력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지난 8월 정부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지난해 기준 29% 수준의 원전 비중을 2050년까지 6~7%로 축소하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5%에서 56.6~70.8%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에교협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려면 발전시설을 지을 막대한 부지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를 확보하기 어렵고, 에너지 전환 비효율로 전기료 상승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소중립위의 시나리오대로 원전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만을 고집하면 전기료가 현재의 2~3배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에교협의 관측입니다.

정부라고 이같은 사실을 모를리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부 안팎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시사하는 듯한 움직임과 발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김부겸 총리의 건의로 지난 7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조건부 가동허가를 받았습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같은 달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탄소중립이 실현될 때까지도 원전은 자기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나오면 (탈원전 정책이) 재고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선봉에 섰던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달 국감에서 '원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공사계획인가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이 재개돼야 한다는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청와대측 설명대로 이번 '원전 필요' 논란이 정책 이해 부족 때문이라면 정부가 명확히 입장을 밝히면 됩니다. 탄소 중립은 원전 없이 가능한건지, 아닌지 말입니다. 일반 국민들과 학계, 경제계, 언론은 물론 헝가리 대통령까지 '오해'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