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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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이 임박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독주 체제를 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공세를 집중해 온 민주당으로서는 상승세를 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최종 후보가 될 경우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 대해 "검찰총장 후보 토론회인지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어갈 후보 토론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책은 실종되고 오로지 상대방을 흠집 내고 누가 잡아넣느냐는 식은 수준이 안 맞는 토론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야당 경선 후보들에 대한 견제 발언을 내놨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윤 전 총장이 야당 최종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화력을 집중해 왔다. 이날 민주당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만든 고발사주 국기문란 태스크포스(TF)는 이날 6차 회의를 열고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와 장모 수사 개입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내에서는 윤 전 총장을 두고 '쉬운 상대'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두환 미화', '개 사과 사진' 등 실언과 실책으로 논란을 스스로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대권에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데다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며 "본선에서 행정가 출신인 이 후보와 더 대비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홍 의원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대라는 의견이 많다. 5선 의원과 경남지사를 지낸 홍 의원의 이력이 이 후보와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는 데다 오랜 정치 경험에서 비롯된 노련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홍 의원은 인파이터와 아웃복서가 동시에 가능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상대에게 바짝 달라붙어 공격하는 인파이터처럼 이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거나, 상대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효 공격을 노리는 아웃복서처럼 이 후보를 '한 방'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홍 의원이 203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 조국 사태 등 불공정 문제로 등 돌린 청년층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야당의 최종 후보가 됐을 때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증폭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역시 존재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은 민주당의 최대 걸림돌이다. 앞서 송 대표가 "이 후보의 당선도 정권교체"라고 발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 형수 욕설 논란, 전과 4범 등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 윤 전 총장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윤 전 총장의 부인과 장모의 탈법 의혹을 집중 제기하는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되면 수도권에서, 홍 후보가 되면 부산·울산·경남에서 쉽지 않은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