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사진=한경DB
김어준 /사진=한경DB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교통방송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은 후, 서울시가 내년 TBS 출연금을 120억 원 넘게 삭감한 상황에서 방송인 김어준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논란에 옹호성 발언을 했다.

김어준은 1일 '뉴스공장'에서 최근 이재명 후보와 관련해 불거진 '로봇 학대' 논란과 관련해 "일련의 기능 테스트인데 아무런 문제 없는 이 영상을 편집해 일부러 자빠뜨린 것처럼 로봇 학대 키워드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며 "이미지 조작 범죄"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로봇 박람회 '2021 로보월드'에 참석했다. 이날 찍힌 영상 중 네 발로 보행하는 시연 로봇을 이 후보가 넘어뜨린게 있었는데, 주변에서 웃으면서 "너무 세게 하는 게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로봇은 곧바로 몸을 뒤집어 일어났고, 이 후보는 박수를 쳤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인성 문제를 문제 삼았다. 진중전 전 동양대 교수는 "이 후보의 행동에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그 역시 자기들처럼 감정이입의 능력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는 당연한 기대가 갑자기 깨진 데에 대한 당혹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문제를 삼았다.

이에 이 후보는 "일부 장면만 보여준 가짜뉴스"라며 합리적인 테스트 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로봇 테스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야 그럴 수 있겠지만, 일부 언론이 복원 장면은 삭제한 채 넘어뜨리는 일부 장면만 보여주며 과격 운운하는 것은 가짜뉴스"라며 "스테이크 먹었더니 '식당에서 칼 휘둘렀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김어준은 이 논란에 대해 "뒤에서부터 냅다 달려와 걷어찼다면 후보 인성에 의문 제기할 수 있는 보도의 영역이지만 지난 주말 보수 경제지들의 로봇 학대 기사는 보도가 아니라 이미지 조작의 범죄에 들어간다"면서 "대선은 이렇게 시작이 됐다"고 해석했다.

김어준의 이 후보의 논란과 관련해 변호성 발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어준은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딴지 방송국'에 올라온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며 "돈, 줄, 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실력으로 돌파하는 길을 가는 사람은 어렵고 외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고 공개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를 두고 이낙연 캠프에서 공보단장으로 활동해온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력 방송인으로 불리는 김 씨가 이 후보를 공개 지지, 호소한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역시 "김 씨가 마이크를 잡아야 할 곳은 이 후보의 선거 캠프"라며 "TBS에서 즉각 퇴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어준의 발언에 대해 우려와 논란의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앞서 김어준과 '뉴스공장'의 정치편향성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고, 서울시가 TBS 내년 출연금으로 올해 375억 원보다 120억 원 넘게 줄어든 252억7400만 원을 책정해 시의회에 보고했다.

다만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TBS와 관련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TBS의 애청자가 많다는 건 오히려 장려하고 지원해야 할 일"이라며 "정치 편향성 문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기관이 지도감독하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