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총량제, 주 4일제 도입,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공직자의 비필수 부동산 강제 매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쏟아낸 이슈들이다. 민주당과의 사전 조율 없이 일단 화두를 던졌다가 논란이 커지면 ‘앞으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길 반복했다. 정치권에선 “대장동 의혹으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놓이자 국면 전환을 위해 설익은 정책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서울 신림동 신원시장을 찾아 “국가에 의한 선량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고 불량식품을 먹거나 굶어 죽을 자유도 그렇다”며 “마찬가지로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도 자유가 아니다”고 했다.

야권에서 “전체주의적 발상” “헛소리 총량제를 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후보는 “성남시장 때 고민을 잠깐 했었다는 말이고 국가 정책으로 도입해 시행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고 물러섰다.

같은 날 저녁엔 이재명 캠프가 주 4일제를 대선 주요 공약으로 준비 중이며 단계별 계획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후보도 “인간다운 삶을 위해 가급적 빨리해야 할 일”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에 경제계에서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오자 이 후보는 28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얘기”라면서도 “공약으로 삼는 건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29일 이 후보는 국회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점검 간담회’를 마친 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말을 불쑥 꺼냈다. 소득 하위 88% 가구를 대상으로 9월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 한 달 만에 다시 추가 지원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재난지원금 발언 역시 앞서 음식점 총량제, 주 4일제 등과 마찬가지로 당 지도부와의 사전 교감 없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와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야당에선 ‘포퓰리즘 정치 끝판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혹시 대장동 게이트로 숨겨둔 돈이 있으면 그걸로 쓰시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좌우 이념논쟁에 불을 붙여 ‘대장동 게이트 몸통은 이재명’이라는 국민의 의심을 돌파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 행보는 혼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책은 정교하게 다듬어 공약으로 발표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자꾸 후보의 즉흥 발언이 나오면 당과 정부에 혼란만 줄 수 있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