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철조망 녹여 만든 십자가로 전시회…문대통령 "평화 염원 담겨"
박용만 "2018년 평화 가능성 봤다…십자가 의미있는 곳 전달"
로마에 온 DMZ 철조망 십자가…문대통령 "전쟁이 끝난다면"(종합)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29일 오후(현지시간) 로마 산타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를 관람했다.

이 전시회에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사용됐던 폐철조망을 녹여 십자가 형태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 136개가 전시됐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68년 동안 남북이 분단의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해 68의 두 배인 136개의 십자가를 사용한 것으로, 남북이 하나로 힘을 모아 평화를 이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전시회에는 행사를 주관한 통일부 이인영 장관, 작품을 만든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 이번 전시회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박용만 재단법인 '같이걷는 길' 이사장(두산경영연구원 회장) 등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전시회에서 "성경에 전쟁을 평화로 바꾼다는 상징으로 창을 녹여 보습을 만든다는 구절이 있다"며 "이 십자가는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이산가족의 염원,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상해 보십시오"라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이 철거되고 남북한 전쟁이 영원히 끝난다면 그곳에 남북한을 묶는 국제기구 사무실, 유엔의 평화기구, 남북 연락사무소가 들어서서 국제 평화지대로 변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복사 어린이(미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어린이)들로부터 촛불을 건네받아 한반도를 형상화한 전시작품의 마지막 점등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임무를 다한 폐철조망을 활용해 분단 극복과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작품으로 승화했다"며 "이런 마음을 전 세계인과 나누겠다는 의미에서 전시가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가 열린 산타냐시오 성당은 2019년에도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음악회가 열리는 등 한국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로마에 온 DMZ 철조망 십자가…문대통령 "전쟁이 끝난다면"(종합)
한편 박 이사장은 대한상의 퇴임 이후 신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DMZ 철조망 십자가는 노동에 대한 위로의 뜻을 담아 동대문 시장에서 쓰던 손수레로 만든 십자가, 수녀들의 해진 수녀복으로 만든 베개에 이어 세 번째 프로젝트다.

전시회에 동행한 박 이사장은 "전쟁은 멈춘 지 오래됐지만 남북의 대립과 갈등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우리는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우리의 생각과 시선을 조금은 바꿔보고자 하는 생각에는 이 프로젝트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개의 다른 나라, 다른 체제로 살아가면서 총칼을 앞세운 대립이 꼭 전제되어야만 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우리는 3년 전 평화의 가능성을 봤다.

대립과 갈등의 상징인 휴전선의 철조망을 평화를 염원하는 십자가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시회에 쓰인 십자가들은 서울로 가져와 의미 있는 곳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에 보낼 계획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박 이사장은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없어서 생각하지 못했지만, (보내는 것을)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