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차남 현철씨 "盧·YS 대타협으로 민주화 이행 초석"
박철언, 사흘째 빈소에…반기문·태영호·김기춘 前실장·주한중국대사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조문 이틀째인 28일에도 정치권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여야 지도부와 대권주자, 전·현직 국회의장 등 상당수 정계 인사들은 전날 조문을 마친 상태다.

이 때문에 전날보다는 차분한 모습이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정치권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정치권, 노태우 빈소에 이틀째 조문행렬…"외교 큰 업적"
이날 오전 9시께 빈소가 열리자마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문했다.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평생 외교관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을 대폭 확대한 분"이라며 "아무도 생각 못 한 동구권과 북방외교를 하고 중국과도 수교함으로써 40개국 이상의 외교 관계를 임기 중 확충했다"면서 업적을 평가했다.

그는 또 "남북한 문제에 큰 기틀을 열었다"며 비핵화 공동선언 등 핵 문제 협상을 비롯한 노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긍정 평가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방명록에 한글로 "노태우 전 대통령께서 중한수교와 관계발전에 기여해주신 공헌이 길이길이 빛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고인의 과오에 대한 물음에는 "한국의 문제는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 대해 간섭할 생각은 없다"며 "중국과 수교를 하는 데 큰 결단 하셨다는 걸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치권, 노태우 빈소에 이틀째 조문행렬…"외교 큰 업적"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 씨도 오전에 빈소를 찾았다.

방명록에는 "정치발전을 위해 지대한 공로가 있다고 평가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군부 온건세력의 대표'(노태우)와 '온건 민주화세력의 대표'(김영삼)의 대타협으로 민주화가 이뤄졌다면서 "민주화 이행의 초석을 놓은 것에 대해 대단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로 구속된 노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선 "오늘은 문상을 왔으니…과거 군부의 '과'야 다 아실 것이고, 3당 합당 결단으로 무혈혁명과 같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정치발전을 하고 민주화로 이행시킬 수 있었다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노재헌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5·18 묘역을 자주 방문하고 사죄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참으로 보기 좋았다"며 "작금의 대립과 대결의 정치 구도에도 경종과 울림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노태우 빈소에 이틀째 조문행렬…"외교 큰 업적"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소위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정부로 이양할 때 과도기적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하셨고,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등 남북관계, 소련·중국과의 외교수립, 88올림픽을 훌륭하게 했고, 지금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인천공항, 고속철도 등 아주 많은 업적이 있다"고 말했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었는지를 묻는 말에는 "오늘은 조문하는 걸로…"라며 자리를 떠났다.

노태우 정부 시절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별세한 날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병원을 지켰다.

박 전 장관은 "보통사람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5일장 내내 빈소를 찾을 것"이라며 "고인의 역사적 재평가를 앞두고 추모의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노태우 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윤여준 전 장관, 정운찬 전 국무총리, 국민의힘 김정재 이채익 태영호 의원 등이 잇달아 빈소를 찾았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방명록에 "노태우 대통령은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국제적인 냉전체제 붕괴에 기여하시고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을 성공시켜 한반도의 평화를 유엔을 통해 정착시켜 놓으신 위대한 국가지도자이시다"라고 적었다.

정치권, 노태우 빈소에 이틀째 조문행렬…"외교 큰 업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