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여야 지도부 잇따라 조문…문대통령은 조화만
이재명 "빛의 크기가 그늘 못 덮어"…野 4강 주자, '공'에 방점
여야, 노태우 빈소에 추모 발길…'공과' 평가엔 온도차(종합)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27일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여야 모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췄지만, 고인의 역사적 과오 평가에서는 온도 차가 드러났다.

여권에서는 조문 여부부터 메시지 수위까지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고인의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2·12 군사쿠데타와 5·19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등에 대해서는 역사의 '그늘'로 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예우를 갖추면서도 직접 조문하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빈소에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하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국민 통합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애도를 표하되 역사적 과오를 둘러싼 진보 진영의 비판론 사이에서 일종의 '절충안'을 찾은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저녁 빈소를 찾아 "서거"라고 표현하며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고, 이제는 역사에 기록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도 조문한 뒤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조문객 방명록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송영길 대표는 "과오에 대해 깊은 용서를 구하는 마음과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에 대해 기억하겠다"며 "생전에 광주에 방문해 공식 사과를 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행동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빈소를 찾은 뒤 쿠데타와 5·18 무력 진압은 "중대한 과오"였다면서도 "생애를 두고 사과하고 자제분 통해 5·18 유족께 용서를 빈 건 그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여야, 노태우 빈소에 추모 발길…'공과' 평가엔 온도차(종합)

야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공'에 방점을 찍었다.

빈소를 찾은 이준석 대표는 "고인의 과를 오롯이 덮고 갈 수 없는 분들도 대한민국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아들 노재헌 변호사의 5·18 사과 등을 거론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역사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이라며 "군사정권에서도 문민정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중요한 교량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여야, 노태우 빈소에 추모 발길…'공과' 평가엔 온도차(종합)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경선 후보는 이날 오후 강원도에서 열린 TV토론 일정을 마치고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윤 후보는 조문을 마친 뒤 "이미 다 말씀을 드렸다"며 "편안한 영면이 되길 바란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고인의 '과'를 묻자 "장례식장인데 그런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북방정책으로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고, 재임 중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조직 폭력배를 소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과'에 대해선 "결례이기에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유 후보와 원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주택 200만호 건설'을 거론하며 부동산 및 민생 안정 성과를 평가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소위 북방정책을 표명해 우리나라의 시장을 아주 거대하게 함으로써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고인을 추켜세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시대의 소명을 제대로 완수하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빈소를 찾아 "여러 공을 남겼지만, 우리 역사의 그림자도 드리우신 걸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문희상 전 국회의장, 국민의힘 주호영·박진·하태경·송언석·조태용 의원과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이재오 비상시국국민회의 상임의장 등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조문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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