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 안장은 안해

"과오 용서해주시길" 유언
장지는 '파주 통일동산' 될 듯

文, 일정 이유 조문 안하기로
이재명 빈소 찾아 "최소한의 예우"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진 못해"

이준석 "전두환과 평가 다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오는 30일까지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러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 등 과오가 적지 않지만 북방정책 등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27일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엔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부인 김옥숙 씨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들이 조문객을 맞았다. 노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부친은)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이나 재임 중이 아닐 때 일어난 여러 일에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고,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평소에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장례는 서거일인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국가장으로 치러진다. 국가장은 조문객 식사와 노제·삼우제·49일재 등을 뺀 나머지 비용을 국고에서 부담한다. 장례 기간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조기(弔旗)로 게양한다.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 장례만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행정안전부는 “역사적 과오가 있지만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북방정책으로 공헌하고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2205억원 추징금 중 966억원을 미납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 2628억원을 완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장을 결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에서 가장 고민한 건 이번에 국가장을 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망 시)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공과를 명확히 밝혀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5·18단체들은 “전두환이 죽어도 국가장을 하겠다는 거냐”고 반발했다.

국립묘지 안장은 하지 않는다. 노 변호사는 “유족들은 고인이 평소 남북 평화통일 의지를 담아 파주 통일동산에 묻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고 그렇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빈소를 찾아 “빛과 그림자가 있다.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하겠지만 (고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평가한다”며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이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빈소에서 “고인이 생전에 광주를 방문해 공식 사과하고 아픔을 치유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간접적으로라도 과오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는 말을 남긴 모습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조문을 마치고 “과오는 과오지만 5·18 유족께 용서를 빈 건 그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권에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조문했다. 이 대표는 “민주화 이후 직선 대통령이었다는 차원에서 현대사에 큰 이정표를 남긴 분”이라며 “전두환 대통령 일가와는 달리 평가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빈소에 1시간가량 머문 뒤 “노 전 대통령은 북방정책을 표명해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노소영 관장과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0여분간 빈소에 머물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5·18 당시 전남도청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 씨도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일정상 이유로 빈소를 방문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추모 메시지에서 “노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 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고은이/성상훈/정지은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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