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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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던 글이 비공개로 전환됐다.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칭을 얻은 국민의힘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청와대가 대선과 대장동 게이트가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6일 '대장동 게이트, 철저히 수사하여 처벌하고 수조 원대 범죄수익을 국민께 환수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단군 이래 최악의 부동산 부패인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수십 가지 비리 의혹이 있고 관련 증인과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늑장수사, 꼬리 자르기 수사 책임자 김오수 검찰총장과 국민권익위원회를 위법 옹호기관으로 전락시킨 전현희 위원장을 파면해달라"며 "검찰의 수사 행태로 김 총장이 불과 몇 달 전까지 성남시 고문 변호사로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심을 국민이 하고 있고, 전 위원장은 대규모 무료 변호인단에 대해 '친하면 가능하다'라는 발언으로 부패 변호인을 자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 전 지사가 제출한 고발장과 수사요구서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실을 밝히고 범죄수익을 환수해주시라. 검찰 지휘에 나서 숨김없는 수사로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고 비리의 몸통에서부터 이미 구속된 대원들 그리고 법조계와 정치권 비호세력에 이르기까지 모두 처벌해달라"라고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 이상을 받으면서 국민청원 게시판 공개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거기간 국민청원 운영정책'을 근거로 이 청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시글이라는 판단으로 추정된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원 전 지사는 청원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즉각 반발했다. 그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장동 의혹 수사촉구 국민청원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유를 밝혀라"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근거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시글이라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청와대에서 대선과 대장동 의혹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원 내용 중 특정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체 청와대는 누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돼 있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냐"며 "물론 저와 국민은 누가 대장동 의혹의 설계자인지, 왜 대장동 의혹을 언급하는 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 알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청원 비공개로 청와대까지 관권선거에 투입되어 특정 후보 감싸기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만약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시글이라고 생각해 비공개했다면 정확히 어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즉각 '범국민 특별검사 운동본부 사이트'를 개설하겠다"며 "국민에게 직접 제보받아 투명하게 모든 내용을 공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요구서와 고발장을 제출했다. 수사요구서에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이 담겼으며 고발장에는 이 후보의 국감 위증, 허위사실공표, 배임 등의 혐의를 적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