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자락에 생가 자리…관광객들 발걸음 멈추고 애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자기 고향에서 가장 조명되지 않은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고향 마을인 팔공산 자락 용진마을은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노태우 사망] 대구 고향 용진마을 주민들 "애석하고 안타까워"
대구시 동구 신용동 50여가구가 사는 '용진마을'에는 노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생가에는 관람객 10여명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일부 관람객은 노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명복을 빌었다.

팔공산 단풍철을 맞아 낮에만 관광객 1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생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밭일을 나가 집에 없었다.

생가 근처에 사는 노 전 대통령 7촌 조카 노재달 씨는 "건강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소식을 전해 들으니 정신이 없다"고 당혹해했다.

이 마을에는 노씨 외에 노 전 대통령과 10촌 되는 집이 3가구 정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동 채봉수 통장은 "제 아버지하고 노 전 대통령이 친구 사이셨고, 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아들 노재현 씨가 항상 인사하러 오곤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영원한 마음의 대통령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주민이자 생가 문화관광해설사 채건기(60) 씨는 "고향 주민으로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런 기분"이라며 "88 올림픽 유치,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시작, 북방 외교 등 업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근 연경지구에 사는 이기병(80) 씨는 "팔공산 등산을 와서 생가에 잠시 들렀다가 소식을 접했다"며 "이렇게 좋은 고향을 놔두고 병원에 그렇게 계시다가 가시다니 한 많은 삶을 살았다"며 애석해했다.

생가 관람객 김혜진(79) 씨는 "착잡하다"며 "여느 대통령과 다르게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이 나시고 또 돌아가셔서 그렇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지역 주민으로서 전직 대통령 시절 아쉬운 점도 있다"며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자기 고향에서 가장 조명되지 않은 대통령이다"고 했다.

[노태우 사망] 대구 고향 용진마을 주민들 "애석하고 안타까워"
노 전 대통령 생가는 용진마을 460여㎡ 터에 안채, 사랑채 등 건물 3채가 면적 60여㎡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 이곳에서 태어나 1945년 공산국민학교를 마치고 대구공립공업고등학교(현재 대구공업고)에 진학할 때까지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문중에서 대구시에 생가를 기부채납해 동구청이 문화관광해설사, 환경미화원을 두고 관리해오고 있다.

이곳에는 연간 6만∼7만명의 관광객이 발걸음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