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1타 강사'로 인기 얻고 정책 위주 토론 호평
'공부의 신' '소장 개혁파' '저평가 우량주' 별칭 불구
20년 간 좀체 뜨지 않던 지지율 반전 기회 잡아

'대장동' 넘어 '국민 삶 더 좋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과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하느냐가 관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20일 경북도당에서 진행된  ‘이재명 압송 작전 올데이 LIVE’ 유튜브 방송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20일 경북도당에서 진행된 ‘이재명 압송 작전 올데이 LIVE’ 유튜브 방송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붙는 수식어는 여러 개다. 우선 ‘공부의 신’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그는 1982년도 대입 학력고사에서 제주 고교생으로는 처음으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아직까지 전무후무하다. 제주 제일고 학생 시절 모의고사에서도 전국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그와 같은 해 서울대에 입학한 고교 친구는 “나도 웬만큼 공부를 한 편이었는데 그를 따라잡기엔 ‘족탈불급’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고교 친구는 “인간성도 좋았다. 몰래 막걸리 한잔 할 때는 꼭 (원)희룡이를 불렀다. 선생님에게 들켜도 ‘설마 전국 수석이 있는데 정학 등 징계를 내리겠나’싶어서, 일종의 보험용으로 그런 것이다. 희룡이는 그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들 중에는 쟁쟁한 인물이 많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 주사파의 대부로 불리다 지금은 북한 인권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환 씨 등이다. 원 전 지사는 대학 시절 운동권에 뛰어들었다. 그는 인천에 있는 키친아트에 위장 취업해 숟가락·냄비 등을 만들었다.
사회주의 몰락 뒤 운동권에서 방향 틀어 사시 수석
그러다 1980년대 후반 방향을 틀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주의의 몰락을 경험한 뒤 이념 과잉으로 가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 같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먹고살 일도 걱정돼 사법고시에 도전해 2년 정도 공부해 1992년 수석 합격했다. 검사와 변호사를 거친 뒤 1999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당시 이회창 총재가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그를 영입한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각자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국정 운영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에서 구애를 받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보수가 변해야 나라가 더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봤다. 개혁적 보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나름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내 인생을 걸어보자며 몸을 던졌다.”

그는 16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곳에서만 내리 3선했다. 정치권에 들어온 뒤 그에게 ‘소장 개혁파’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남(남경필)·원(원희룡)·정(정병국)’은 소장 개혁파의 대명사처럼 불렸다. 이들은 2002년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대선 자금 수사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닥칠 때 힘을 발휘했다.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쓴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 측근들을 주축으로 하는 주류와 ‘남원정’ 등 소장파들이 중심이 된 비주류가 충돌했다. ‘남원정’이 소장파들을 이끌면서 개혁과 세대교체를 거세게 요구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결국 이 전 총재 측근들이 대거 물러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를 맡아 선거를 지휘했다.

박근혜 대표 시절에도 ‘남원정’은 개혁을 주장했지만 그 목소리는 이전보다 약했다. 2004년 총선 이후 각자의 길을 갔다. 원 전 지사는 2004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최연소(40) 최고위원이 됐다. 2007년 17대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3위에 그쳤다. 2014년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뒤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 8월 지사직을 내려놓았다.

정치인 시절 그에게 붙은 또 다른 수식어는 ‘저평가 우량주’다. 경력도 화려하고 능력도 있는데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이 좀체 뜨지 않아서다. 그와 정치 생활을 비교적 오래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비상한 머리와 높은 인지도 등 정치인으로 좋은 조건을 갖췄지만 뭔가 약하다는 이미지를 떨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원 전 지사는 아무리 상대가 거칠게 공격해도 언성을 높이거나 센 발언으로 반박한 것을 못 봤다”며 “이런 신사 이미지는 정치인에게 반드시 강점으로만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변신했다. 그가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하던 즈음 기자와 인터뷰할 때 더 단호해지고 세진 모습을 보여줬다. 2017년 대선 주자로 거론될 때 가진 인터뷰 때와 달리 민감한 주제에도 주저 없이 강한 톤의 즉답이 돌아왔다. “(대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내 색깔을 분명하게 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콘텐츠와 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엔 “철학과 품격은 녹여 내겠지만 현실 정치는 투쟁의 과정이고 온갖 문제에 대해 선을 분명히 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장 치열한 부분을 보여주겠다. 속단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 커밍 순”이라고 자신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원희룡, '저평가 우량주' 20년 족쇄 벗을까 [홍영식의 정치판]

‘대장동 게이트 5가지 의혹점’으로 존재감 각인
지난 10월 4일 공개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그의 유튜브 영상은 속된 말로 ‘히트’를 쳤다. “자, 첫 번째. 대장동 사건이 뭐냐. 그리고 이재명 지사는 이게 전국의 모범 사례다 주장을 하잖아요. 과연 그러냐”로 시작하는 유튜브 영상 ‘화천대유 특강-원희룡이 직접 설명하는 대장동 게이트 5가지 의혹점’은 국민에게 대선 주자로서 원희룡의 존재감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복잡한 ‘대장동 게이트’ 의혹들을 쟁점별로 빠르고 알기 쉽게, 단호한 어투로 설명하면서 그는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또 다른 별칭을 얻으면서 국민적 스타가 됐다.

국민의힘이 지난 10월 6~7일 대선 후보 8명에서 4명으로 압축하기 위해 실시된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 조사에서 원 전 지사는 4등을 차지했다. 4~8위 지지율 차이가 근소하고 엎치락뒤치락해 누가 본선에 오를지 예측하기 힘들었는데, 원 전 지사가 본선에 오른 것도 대장동 1타 강사 유튜브의 영향이 컸다. ‘이재명 7대 거짓말’, ‘우리의 상대는 이재명이 아닙니다’ 등 그의 후속 유튜브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를 상대로 한 10월 18일 경기도 국정 감사에 대한 ‘원희룡 국감 평가’에서 그는 냉정했다.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왜 이렇게 질문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시행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감에서 잘했다’는 질문에 1%대 답변이 나왔다”며 “얼마 전 내 지지율과 같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친정을 향해 이렇게 과감하게 ‘하이킥’을 날린 것은 과거의 원희룡 같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가 토론에서 네거티브전을 피하고 단호한 어투로 정책 대결에 치중하는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밤 일대일 맞수 토론에서 그는 상대가 정책 토론 중 간간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의혹으로 화제를 돌렸지만 끌려들어가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홍준표 후보 간 일대일 맞수 토론은 시종 감정 싸움과 신경전으로 일관하면서 정책과 비전 토론은 뒷전에 밀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토론은 원 전 지사가 잘한다”는 평가가 많다.

유튜브 영상과 정책 토론 호평에 힘입어 그의 정치 인생 20여 년 동안 그토록 애써도 쉽지 않던 지지율 상승이 단박에 이뤄지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10월 15∼16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양자 대결에서 원 전 지사는 39.9%의 지지율로, 이재명 후보(38.8%)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원 전 지사는 “정말 찬바람과 함께 원희룡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이번엔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니던 ‘저평가 우량주’의 굴레에서 벗어나 ‘고평가 우량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대장동’을 넘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국민의 삶을 더 좋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과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