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조폭 연관설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조폭 연관설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권 교체와 재창출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정권교체론'에 대해 청와대를 대신해 문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윤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송 대표의 정권교체론에 대해 "정권교체냐, 정권계승이냐 재창출이냐라는 문제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의원은 '송 대표의 발언이 약간 나간 발언이라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생각의 정도에 따라서 그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조금 해석의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개선과 혁신의 관점에서 이야기했을 거라고 이해하고 싶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앞서 송 대표는 1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대한 평가 심판의 성격도 있지만, 보다 큰 것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며 "정권교체 욕구가 높은데, 여든 야든 정권은 교체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송 대표 발언과 관련해 여권이 임기말 문 대통령과의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 발언과 관련해 "말의 의미를 단편적으로 보는 것보다 문재인 정부를 더 넘어서서 발전된, 우리 문재인 정부의 성과는 다 이어가면서 혹시나 부족했던 점이나 더 발전될 것이 있으면 발전하는 정부로 만들겠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송 대표 발언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은 것입니다.

때문에 이번 윤 의원의 발언이 진정으로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속마음을 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내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립니다.

임기말에도 높은 수치였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들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업체인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긍정평가는 전주 조사보다 1.1%포인트 하락한 35.2%(매우 잘함 20.9%·잘하는 편 14.4%)였습니다. 이 여론조사업체 조사기준으로 역대 최저치입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단순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실망 때문인지는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면서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실망감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앞에서 언급된 여론조사공정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는 양자대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물론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원 전 지사와의 격차(1.1%)는 오차범위 내(표본오차 ±3.1% 포인트)에 있었습니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이어 조폭 연루설에까지 휘말리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가 나온 단체사진을 들고 "성남시장실이 조폭 아지트인지 시장실인지 헷갈릴 만큼 조직원들이 이 후보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지사가 과거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변론을 맡았던 점도 거론하며 "조폭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전과 4범 인물이 대통령으로 뽑혀서는 안 된다"라고 했습니다.

과연 이번 대선에서 여권의 '정권교체론'이 얼마나 먹힐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 지사는 문 대통령과의 선긋기보다는 대장동 의혹이나 조폭 연루설 등과의 선긋기에 열중하는 것이 전략 상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