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최고지도자 모두 '힘으로 평화수호' 의지…신무기 개발에도 불안 커져
대화 통한 평화의지도 여전…美도 조건 없는 만남 강조

남북한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며 한반도에 '안보딜레마'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북한은 19일 고래급(2천t)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8번째 SLBM 운용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발사는 다분히 남쪽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에서 SLBM 발사에 성공해 세계 7번째로 잠수함 운용국이 됐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속도내는 남북 군비경쟁…짙게 드리운 '안보딜레마'

사실 남측을 의식한 북한의 신무기 공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처음으로 시험발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히 액체연료를 용기에 담아 발사할 때마다 끼워 넣어서 쏘는 앰풀(ampoule)화 방식에 성공했다고 주장해 기존의 주입식 액체연료 공급방식과 달리 주입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고체연료와 맞먹는 신속, 상시 발사가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은밀하게 개발돼야 할 전략무기의 첫번째 시험발사를 공개하고 나선 것 역시 남쪽에 대한 대응 성격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SLBM 발사를 참관하면서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보다 2.5∼3배 정도 빠르고 파괴력이 향상된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개발결과에 대해서도 보고받았다.

남북한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경쟁적으로 더 좋은 무기를 개발 중이거나 보유 중이라고 과시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신무기들을 대거 공개한 사상 첫 국방발전전람회는 남쪽의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를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해 보인다.

19일 개막한 서울 항공우주전에는 28개국 440개 업체가 참가해 68종 79대의 항공기·지상 장비를 선보인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속도내는 남북 군비경쟁…짙게 드리운 '안보딜레마'

이러한 움직임은 평화를 힘으로 지키겠다는 남북한 양측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SLBM 발사를 참관하는 자리에서 "오늘 여러 종류의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의 성공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맞서 압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사일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나가는 등 강력한 방위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평화적인 환경에서든 대결적인 상황에서든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인 자위적이며 의무적 권리이고 중핵적인 국책으로 되어야 한다"며 신무기 개발 의지를 확인했다.

앞서 올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핵잠수함·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1만5천㎞ 사정권 명중률 제고, 군사정찰위성 운용,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무인정찰기 개발 등 국방공업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남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상대방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억지력과 자위력 차원에서 새로운 무기 개발을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양상은 안보 딜레마의 전형이다.

안보 딜레마는 한 국가가 안보 불안을 느껴서 군사력을 키우면 대립의 상대방도 군사력을 강화하게 되고 결국 적대적인 쌍방의 안보불안감이 커진다는 개념이다.

새로운 무기를 갖춰도 상대방의 움직임에 불안이 작아지지 않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측은 자국의 군사력은 방어용으로, 상대방의 군사력은 공격용으로 규정하면서 딜레마는 심화한다.

21일로 예정된 한국의 누리호 발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이 가능한 위성 발사라는 대응을 낳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안보딜레마로 인한 남북간의 상호작용 가능성 때문이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속도내는 남북 군비경쟁…짙게 드리운 '안보딜레마'

딜레마를 끊는 유일한 길은 대화를 통한 신뢰다.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남북간 군비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화를 통해 '적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남북한의 최고지도자 모두 대화와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라며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합니다.

대화와 협력이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에서 증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평화적인 환경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그 원인들을 차차 해소하고 없애버려 조선반도지역에 굳건한 평화가 깃들도록 도모하기 위함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외교를 통한 평화의지도 내비쳤다.

미국도 북한에 적대의사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8일(현지시간)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한 뒤 "우리는 북한을 향해 어떤 적대적 의도도 품고 있지 않다.

우리는 전제조건 없는 만남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멈춰선 대화가 재개돼 커지는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의 문을 열기를 기대해 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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