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사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한 지 이틀 만이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직접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정부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시했다. 상당 기간 한·일 관계에 진통이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의 공물 봉납은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제사)’ 시작일에 맞춰 이뤄졌다. 스가 전 총리는 신사 참배 뒤 “전(前) 총리 자격으로 왔다”고 했다. 역대 일본 총리들은 한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에도 야스쿠니신사의 춘계·추계 제사 시작일과 태평양전쟁 종전기념일(8월 15일) 등에 맞춰 직접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해왔다.

정부는 곧바로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5일 취임 후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위안부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외교가에선 스가 요시히데·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보수층이 한국에 부정적이란 사실을 의식한 행보라는 것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