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원내수석 호흡 인연…"불화살 쏘던 자들에도 웃던 사람"
김재원이 전한 이완구 사퇴 비화…"朴 전갈에 자던 사람 깨워"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14일 별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추모하며 그에게 총리직 사표를 받았던 비화를 공개했다.

김 최고위원은 2014년 5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으며 함께 호흡을 맞춘 이후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였던 이 전 총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70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 최고위원은 SNS에서 "이완구가 총리로 지명되고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나는 충청인들 가슴에 꿈틀거리는 '충청 대망론'을 봤다"며 "불행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무죄로 드러난 성완종 사건으로 야당과 언론의 조리돌림을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남미 순방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의 사표를 받아달라. 몰린 이완구에게 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김재원밖에 없다"라는 전갈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현역 의원으로서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했던 김 최고위원은 바로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향했다.

김 최고위원은 "자정 무렵 공관에 도착했다.

불이 꺼진 공관은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며 "2층 침실로 올라가 잠들어 있는 총리 내외를 깨웠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총리님, 인제 그만 내려오시는 게 좋겠다.

온 세상이 달려들어 총리님을 불판 위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굽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그게 좋겠어요.

대통령이 순방 중이어서 망설였는데 연락은 됐나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이완구 총리의 63일은 그렇게 끝났고, 충청 대망론도 그로부터 오랫동안 사그라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 전 총리를 향해 "넓으면서 깊은 사람이었다"며 "자신에게 불화살을 쏘아대는 정치적 반대자에게 가슴을 열어젖히고 웃어주는 사람이었다"며 "이완구와 우윤근(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시절에는 정치가 작동했다"라고 추모했다.

이어 "며칠 전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홀연히 저세상으로 떠나버렸다"며 "오늘은 너무나 슬프다"라고 글을 맺었다.

이 전 총리의 충남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로 함께 일했던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도 SNS에서 "갑작스러운 비보에 애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대한민국과 충청의 발전을 위해 흔들림 없는 소신과 추진력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라고 추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