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맹자 인용하며 찬사…中, 메르켈 이후 유럽 '미국 편향' 우려
중국, 떠나는 메르켈에 짙은 아쉬움…유럽과 관계 부심
중국은 16년간 독일을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는데 대해 짙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13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메르켈 총리의 영상 회담은 메르켈에 대한 중국의 '애정'을 보여줬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메르켈 총리가 재임 중 중국-독일 양자관계와 중국-유럽연합(EU) 관계 증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아는 것이 제일 귀하고 서로 알려면 상대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뜻의 성어(人之相識 貴在相知, 人之相知 貴在知心·맹자)를 쓰며 메르켈 총리와의 우호적 관계를 묘사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메르켈 총리 재임 중 중국과 독일이 "국가 간에 제로섬 게임을 완전히 피할 수 있고 상호 이익과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마치 중국 견제와 포위 전략에 부심하고 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매체들도 메르켈 총리가 재임 중 12차례 중국을 방문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메르켈 정부 시절 독일이 실용적인 대(對) 중국 정책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이처럼 메르켈의 떠남을 아쉬워하는 것은 메르켈이 유럽의 실질적 구심 역할을 하는 동안 미국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때 메르켈은 중국 리더들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다자주의 체제 수호와 보호주의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메르켈이 사실상 유럽의 리더 역할을 했기에 유럽이 미국의 대 중국 압박 동참 요구에 따르는 듯하면서도 속도 조절을 했다는 게 중국의 인식이다.

그렇다고 메르켈이 늘 중국이 듣기 좋은 소리만 한 것은 아니다.

2019년 9월 방중 때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에게) 홍콩 시민에게 권리와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 당시 중국 매체들은 메르켈을 비판하기보다는 '국내 정치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며 애써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는 보도 양태를 보였다.

최근 유럽과의 관계 정립에 부심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메르켈 없는 유럽'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유럽과의 관계가 경제, 군사 등 다방면에서 삐걱대고 있는 터에 그나마 '기댈 언덕'이었던 메르켈이 물러나면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더 많은 힘이 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과의 양자 간 포괄적 투자협정(CAI) 비준을 보류하고 있고, 유럽연합(EU)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난달 인도·태평양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호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미국과 손잡고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는 오커스(AUKUS)를 만들어 중국 포위 전략에 적극 동참했다.

또 지난달 영국 의회는 신장 인권 문제를 지적한 영국 의원 7명에게 제재를 가한 데 따른 보복 차원에서 정저광(鄭澤光) 영국 주재 중국 대사의 의회 출입을 막기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9일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소속 유럽 전문가 추이홍젠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쓴 글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 대한 유럽의 태도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왔는데 메르켈 행정부 시절 독일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좀 더 실용적인 입장을 취했고 이는 중국에 대한 EU의 몇몇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어 "그러나 포스트 메르켈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이념적 요인이 중국-독일 관계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독일의 새 연립정부 하에서 중국에 대한 독일의 목소리는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