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산정 때 근거가 되는 정부의 토지이용계획 데이터에 오류가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 건물 절반의 용적률은 150%, 나머지 절반은 250%로 지정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의 공시지가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실증조사 내부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남·수영구, 경기 오산, 경북 안동, 충북 충주 등 4개 지역에서 토지 데이터상 1만5000건이 넘는 오류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토지이용계획 데이터는 국토교통부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는 토지이용계획 데이터 등을 기준으로 공시지가를 산정하고 있다.

LX 실증조사에서 2016~2020년 5년간 용도지역·지구가 잘못 지정돼 있거나, 중첩·공백으로 돼 있는 등의 오류가 부산 남·수영구 1141건, 충주 9909건, 오산 372건, 안동 4364건에 달했다. 부산 수영구 한 건물의 경우 절반은 주거지역 1종, 다른 한쪽은 주거지역 2종으로 지정돼 있었다. 주거 1종의 용적률은 150%, 2종의 용적률은 250%다. 충주시의 한 하천변은 2종 주거지역이면서 동시에 보존녹지 지역으로 중첩 지정돼 있었다. 또 경북 안동에서는 한 식당이 토지 데이터상으로는 기타보건위생시설로 지정돼 있기도 했다.

토지 데이터의 오류는 자연스레 잘못된 공시지가 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은 관련 문제에 대해 “국토이용정보체계를 통해 제공되는 용도지역은 공시가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스스로가 이 같은 오류를 찾아내 인지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표본 대상인 충주시와 오산시는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개별공시지가 산정 시 사용하는 토지이용 데이터의 오류를 일반 국민들이 파악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조차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토부는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불량 지적도와 가짜 데이터에 국가 부동산의 척도가 휘청이고, 국민 재산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