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장동 특검 추진 릴레이 천막농성 현장에서 "박용진 의원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자기편 들어주지 않았다고 실망이라고 하는 건 징징대는 철없는 아이처럼 보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8일 '대장동 게이트 특검 추진 천막 투쟁본부 출정식'을 열고 "민주당에 양심이 있는 의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상민 의원이 끊어준 테이프, 설훈 의원이 보태준 힘, 거기에 정의를 바라는 움직임이 들불처럼 이어지길 바랐지만 헛된 기대였다"며 "민주당의 대권 주자인 박 의원, 이낙연 전 대표는 정말 실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큰 딜레마다. 무능이냐 부패냐. 아니면 국민이 의심한 대로 둘 다 인가는 압수수색을 하면 다 드러날 것"이라며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특검을 막아 세우면 앞길에는 어둠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을 직접 거론하며 '실망했다'는 표현을 사용하자 "나야말로 이 대표에게 두 번 실망했다"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의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여당의 대선주자에게 자기편 들어 달라고 조르는 야당 대표는 헌정사 처음"이라며 "며칠째 같은 요구를 하며 정치적 무례함마저 보였다"라고 적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정치적 요구를 들어달라고 떼를 쓰다가 자기 편들어 주지 않았다고 실망이네 어쩌네 하는 건 국민 보시기에 징징대는 철없는 아이들처럼 보일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귀중한 정치 자원인 제1야당 대표가 그런 식으로 취급받아서야 되겠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 두 번째 실망하는 것은 낡은 정치 문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대표가 당선되고 제가 엄청 응원하고 기대했던 것은 그동안의 낡은 정치, 구태정치를 뒤집고 새로운 정치, 미래정치를 같이 도모할 수 있겠다고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고 지금까지 어떤 미래비전과 정책적 대안을 내놓은 것이 있느냐"며 "대장동 사건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야당다운 야당인데, 오히려 이 지사와 경쟁하는 제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지금 자신이 극복해야 하는, 우리 젊은 정치세대가 뒤집어야 하는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며 "이제라도 자신이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각오했던 새로운 정치,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정치를 시작해주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대장동 특검 추진 릴레이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천막농성은 오는 21일까지 계속되며 의원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며 당번을 설 예정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