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전 상원의원, 후보 등록…인권단체 "권좌 되찾으려는 시도 차단"
부친 집권 당시 부정 축재 규모 100억 달러 추산
필리핀 독재자 故 마르코스 아들 대선 출마…인권 단체 '반발'
필리핀을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내년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마르코스는 이날 후보 등록을 하면서 팬데믹(대유행)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통합의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마르코스는 전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부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는 올해 64세로 지난 2016년 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레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펄스 아시아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 지지율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기록하는 등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마르코스는 아직까지 내년 선거에 부통령 후보로 나설 러닝메이트를 지명하지 않았다.

그의 부친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시민혁명인 이른바 '피플스 파워'가 일어나면서 권좌에서 물러난 뒤 3년 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이후 마르코스 일가는 1990년대에 필리핀으로 복귀한 뒤 가문의 고향인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의 정치적 기반을 배경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는 1992년 귀국해 대선에 도전했다가 낙마했지만,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3회 연임에 성공했다.

그의 딸 이미는 일로코스 노르테주에서 3선 주지사를 지냈다.

이날 마르코스의 후보 등록에 앞서 여러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마닐라의 인권위 빌딩 밖에서 그의 대선 출마를 비난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마르코스 일가가 권좌를 되찾으려는 시도를 차단하겠다"고 구호를 외쳤다.

필리핀 인권단체인 카라파탄 관계자는 "마르코스 일가는 국고에서 빼간 돈을 돌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직 복귀를 노리고 있다"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마르코스 일가가 집권 당시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 달러(약 11조7천억원)로 추산된다.

다른 대선 후보로는 필리핀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이 가장 먼저 등록을 마쳤다.

이어 배우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도 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한편 최근 대선 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다바오 시장이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해 43세인 사라는 현재 필리핀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다바오 시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사라 시장은 최근 다바오 시장직에 재출마하겠다며 후보 등록을 마쳤고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내외신의 질의에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답했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이며 대통령과 부통령은 선거를 통해 따로 선출한다.

필리핀은 내년 5월 선거를 통해 정·부통령을 포함해 1만8천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과 정부 관료들을 대거 선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