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주 관광객으로부터 1인당 최대 1만 원씩 환경보전기여금을 받겠다는 이른바 '제주형 기본소득' 공약을 내놔 정치권이 뜨겁다. 야당에서는 사실상 '통행세', '입도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닷컴은 1일 본인을 '제주의 아들'이라 밝힌 국민의힘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현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다.

원 전 지사는 제주환경보전기여금의 경우 관광객 증가에 따른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원인 제공자에게 부담시키고, 제주 환경 보전을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이미 하루 기준 △렌터카 1대당 5000원, △숙박업소는 1인당 1500원, △전세버스에는 이용 요금의 5%를 각각 부과해 1인당 평균 8170원, 연간 총 1500억 원을 걷어 환경 보전과 관광객 편의를 위해 쓰겠다는 구체적 구상까지 밝힌 바 있다"며 "또한 이 기금은 오롯이 제주의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곳에 쓰여야 한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제주지사 재임 당시 '송악선언'을 통해 공식화했던 '제주환경보전기여금'을 이 지사가 마치 자신의 새로운 공약인 양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원 전 지사는 "이미 제주환경보전기여금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는 자신이 '입도세'라고 표현하던 것을 긍정적인 이름으로 다시 만들었다며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기도 했다"면서 "물론 이미 선언된 정책이라도 좋으면 가져다 쓸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면 공약 베끼기 수준이 아닌 '공약 도둑질'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 전 지사는 이 지사가 환경보전기여금 명목으로 징수한 재원을 본인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으로 쓴다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재차 피력했다. 그는 "(이 지사가) 제주도민과 국민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라며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도둑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저급한 포퓰리즘이고 제주도민들을 상대로 한 매표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제주지사 재임 시절 공식화했고, 현재도 제주에서 검토하고 추진 중인 정책을 마치 자신이 처음 주장하는 것처럼 사기 친 것에 대해 이 지사의 정확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 /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9월 27일 오전 제주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지역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제주도의 햇볕과 바람은 제주도민들의 공유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제주 환경보전기여금을 적극 검토하고 환경자원을 통해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제주형 기본소득 도입을 지원해 도민들의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또 "관광객 1명당 8000원에서 1만 원 정도를 걷으면 연간 1500억~2000억 원가량의 재원이 생긴다"며 "스위스가 하듯 (환경보전기여금의) 일부는 신재생에너지나 환경보전에 사용하고, 상당 부분은 도민에게 환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관광객에게 징수하는 돈을 환경보전기여금으로 명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는 입도세라고 표현했는데, 통행료를 뜯는, 갈취하는 느낌이 나서 긍정적으로 이름을 다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서는 "이재명 포퓰리즘의 끝은 어디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지사가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1만 원씩 거둬 제주 기본소득으로 활용하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발표했다"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두고 말도 안 되는 국토보유세 운운하더니, 이번에는 '통행세'냐"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 기본소득은 서울 톨게이트나 서울역에서 1만 원을 거두고, 전국 광역시도마다 톨게이트나 역에서 1만 원씩 징수해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거냐"며 "해외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뭐 하자는 거냐"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