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지난 15일에 이어 올 들어서만 여섯 번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두 차례 긍정적인 담화를 발표하고 남북한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시사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유엔에선 한·미 군사훈련 영구 중단을 공개 요구했다. 냉·온탕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북한이 한·미의 반응을 떠보는 동시에 추가적인 도발 혹은 대화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여정 담화' 사흘 만에 올해 6번째 미사일 쏜 北
합동참모본부는 28일 오전 6시40분께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1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 포착된 제원의 특성을 고려해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직후 합참은 이 같은 사실을 곧바로 공개했다. 사실상 한·미 당국이 사전에 발사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연 청와대와 군 당국, 미국과 일본 등은 모두 이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표현했다.

다만 군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날 북한의 발사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거스르는 탄도미사일인지 불분명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비행거리와 속도, 고도 등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들과 다른 비행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종 미사일이나 다른 무기체계일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27일(미국 현지시간) 북한은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와 화해를 바란다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묵인하에 첨단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전쟁장비를 반입하는 것도 조선반도의 균형을 깨뜨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유화적인 메시지도 들어갔다. 김 대사는 “우리의 전쟁 억지력에는 강력한 공격수단(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 등으로 추정)도 있다”면서도 “누구를 겨냥해 쓰고 싶지 않으며, 다시 말해 미국과 남조선 등 우리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절대로 침해하거나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국제무대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은 한·미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란 걸 북한도 알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규범 안에서 전쟁억제력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과 불법적으로 핵 개발을 추진하는 자신들을 같은 패러다임에 넣고, 북한의 핵 보유 정당성을 한·미 탓으로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