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텃밭'서 승리한 이재명…대세론 힘 받아

이재명, 누적득표율 과반 유지
"호남에서 집단 지성 발휘"
'대장동 의혹' 미풍 그친 듯

이낙연, 남은 지역경선 올인
"희망갖고 노력해 나가겠다"
내달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주목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전북 지역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전북 지역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직전 지역순회 경선에서 5연승을 거둔 이 지사는 광주·전남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밀려 2위를 기록했지만, 전북에서 1위 자리를 탈환하며 호남 지역에서 최종 승기를 잡았다. 누적 득표율 50%대를 지키는 데도 성공하면서 이 지사의 본선 직행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기대 이상의 승리”
이재명 "호남에서 기대 이상의 승리"…본선 직행 청신호 켜졌다

26일 민주당 호남 순회 경선에서 이 지사는 총 49.70%의 득표율(광주·전남, 전북 합산)을 기록해 이른바 ‘호남 대첩’에서 승리했다. 2위인 이 전 대표 득표율은 43.99%로, 이 지사에 5.71%포인트 밀렸다. 이 지사는 전날 발표된 광주·전남 지역에선 이 전 대표에 소폭(0.17%포인트) 밀리면서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전북 지역에서 16.07%포인트 차로 다시 승기를 잡으며 호남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전북 경선에서 이 지사 득표율은 54.55%, 이 전 대표는 38.48%였다. 광주·전남 지역은 이 지사가 46.95%, 이 전 대표는 47.12%를 얻었다.

이 전 대표의 연고지인 호남은 다른 지역보다 이 전 대표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해 이재명 캠프에서도 긴장했던 지역이다. 호남 지역의 지지를 받는다면 당내 비주류였던 이 지사가 민주당 대표 후보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이 지사는 결과 발표 후 “기대 이상의 승리”라며 “개혁민주세력의 본향인 호남의 집단지성이 발휘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최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휘말렸지만 호남 경선 결과를 볼 때 예상보다 여파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은 과거 민주당 경선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등 ‘될 사람을 민다’는 정서가 강한 지역으로 여겨져왔다. 이날까지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가 53.01%로 과반을 유지했다. 이 전 대표는 34.48%로, 두 주자 간 격차가 18.53%포인트나 된다.

이재명 캠프에선 지지층이 대장동 의혹에 동요하기보다는 오히려 야권의 흠집내기로 간주하고 결집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이 지사 캠프의 정진욱 대변인은 “원래 이 전 대표 측은 광주·전남에서 10%포인트 이상의 승리를 점쳤는데 개표 결과 유권자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오히려 3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호남 득표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대장동 이슈가 이 지사로의 ‘결집현상’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배수진 쳤던 이낙연 ‘고심’
광주·전남에선 0.17%포인트 차이로 ‘신승’했지만 전북에서 밀리며 최종적으로 호남에서 승기를 잡는 데 실패한 이낙연 캠프는 남은 지역 경선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희망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남지사를 지내고 전남 지역(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4선을 한 이 전 대표는 호남을 경선 흐름을 뒤집을 승부처로 여겨 왔다. 이 전 대표는 의원직에서 사퇴하는 등 ‘배수진’까지 치며 호남 경선에 올인했지만 기대한 만큼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기보다는 이 지사 약점을 공략하는 등의 네거티브 전략이 지지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장동 공방이 민주당 지지자에게 실망감을 안겨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캠프 내부 평가도 나온다. 호남 지역 투표율은 광주·전남이 56.2%, 전북이 53.60%로, 전체 지역 평균 투표율(70.02%)에 크게 못 미쳤다. 호남 지역 당원 중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유보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낙연 캠프는 역전의 발판으로 여겼던 호남 경선이 이 지사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기운이 빠진 분위기다.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해야 결선투표로 갈 수 있는데 이날 결과로 이 지사의 본선 직행 확률이 커지면서다. 남은 부산·울산·경남(PK), 수도권 경선과 2·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가 크게 이겨야 막판 역전극을 노릴 가능성이 생긴다.
남은 승부처는 ‘2차 슈퍼위크’
이 지사가 일단 승기를 잡았지만 다음달 초 2차 국민선거인단(슈퍼위크 49만6339명) 투표 또는 경기·서울 당원투표(30만9177명) 결과를 봐야 경선의 향방이 확실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은 일정은 제주(10월 1일), PK(10월 2일), 인천(10월 3일·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경기(10월 9일), 서울(10월 10일·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순이다.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가 앞서지만 대장동 의혹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역전 가능성은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전북 순회경선 연설에서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을 겨냥해 “흠 많은 후보, 불안한 후보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며 “대장동 비리를 파헤쳐 모두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지사는 “민관 합동을 통해 절반이나마 이익을 환수한 것에 대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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