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익단체의 플랫폼 스타트업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업을 접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지난 15일 ‘로톡 형량예측 서비스’를 출시 10개월 만인 이달 30일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누적 이용 건수 16만2820건을 기록한 로톡 형량예측 서비스는 로톡이 수집한 판결문 약 47만 건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이용자가 관심있는 범죄 형량에 대한 통계 정보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리걸테크 금지 규정으로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지난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법률 플랫폼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 조사에 들어갔다. 변협은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서비스 중개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대한변협의 무리한 규제로 인해 아쉽게 서비스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겨냥해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광고 심의 규제 강화를 주장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광고 사전 심의 대상 기준은 하루 이용자 수(DAU)가 10만 명 이상인데 강남언니는 이에 못 미친다. 의협은 기준을 3만~4만 명 수준까지 내려 강남언니 등 신생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때다 싶어 이익단체와 정치권이 플랫폼 옥죄기에 줄줄이 나서고 있다”며 “많은 스타트업이 지난해 이익단체 반발에 사업을 접은 ‘타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선 또 다른 규제안들이 대기 중이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2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패션 플랫폼 무신사 등 플랫폼 스타트업은 정부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다. 민주당의 김병욱, 민형배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지난 2월 국회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서 받는 수수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대표적인 스타트업 규제 법안으로 꼽힌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 추구와 영업 활동까지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