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을 심의했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을 심의했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병언 기자
세무 인공지능(AI)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세무사법 개정안의 내용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 법률 자문 결과 개정안에 ‘세무 대리 업무의 소개·알선 금지’ 조항이 신설되면서 주력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변호사와 세무사 간 갈등으로 추진된 법인줄만 알고 있었다”며 “지난 7월 해당 내용을 파악했지만, 이미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뒤였다”고 하소연했다.

규제에 세무 스타트업 ‘발목’

[단독] 500만 회원 확보한 세무 스타트업, 졸지에 사업 접을 위기 몰렸다
삼쩜삼은 세무신고부터 환급까지 AI로 진행하는 세무 서비스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플랫폼 기업의 성장으로 라이더와 같은 특수고용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5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삼쩜삼은 AI로 소득 신고 서비스를 구현해 세무 수수료를 최소 10분의 1로 낮췄다. 이용자는 환급액에 따라 10~15%의 수수료를 내면 된다. 수십만원의 기장료를 내거나 연 단위로 계약해야 하는 기존 세무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산업은행,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잇따라 투자했다.

김 대표는 “이용자 평균 2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며 “이용자는 삼쩜삼의 ‘환급액 조회 무료 서비스’를 통해 환급액을 확인하고 서비스 이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의견 수렴도 없어”

세무 대리 업무의 소개·알선을 금지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삼쩜삼은 위법 논란에 휘말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세무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세무 대리 업무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조의2)’라고 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당장 ‘찾아줘 세무사’, 세무통과 같은 세무사 비교 서비스는 ‘소개·알선 금지’ 조항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삼쩜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병규 변호사는 “삼쩜삼은 세무사를 직접적으로 소개·알선하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세무 대리 업무의 소개·알선이라는 표현이 모호해 포괄적으로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세무사와 변호사의 직역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추진됐다. 변호사가 세무 대리 업무까지 맡으면서 세무사들의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세무 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세무사의 핵심 업무인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무사 대 변호사의 마찰이 부각되면서 ‘세무 대리 업무의 소개 및 알선 금지’ 조항의 신설은 주목받지 못했다. 세무 플랫폼 기업의 경영에 차질이 생길 여지가 있는데도 업계 의견수렴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업계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월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기 전 나온 검토보고서 역시 이런 문제가 언급됐다. 송병철 기재위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는 “최근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과 함께 현재 특정 분야 전문가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며 “플랫폼 업체가 세무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바 개정안이 적용되는 경우 이들 플랫폼 업체 활동의 위법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소비자 이익도 무시”

국회의 무분별한 규제 남발로 소비자 역시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쩜삼의 경우 가입자 500만 명 중 93%가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영세사업자라는 설명이다. 대부분 직장인은 회사가 소득을 신고하고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을 더 내거나 돌려받는다. 하지만 라이더 등 플랫폼 근로자는 특수고용직으로 직접 세금을 신고해야 하는데 낮은 비용으로 세무 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용자 대부분이 세무사에게 직접 서비스를 받기에는 소득 수준에 한계가 있는 플랫폼 종사자”라며 “사업이 중단되면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근로자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시장 경제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하도록 하고 예외적인 부작용에 대해서 규제를 해야 한다”며 “나중에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스타트업은 경쟁력을 잃은 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