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종전선언 이해 부족…평화협상 들어가는 입구이자 정치선언"
"김정은 평가, 오늘은 하지 않겠다…대선 다가와도 끝까지 최선"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귀국길 비행기에서 순방을 동행취재한 기자들과 기내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2018년 12월 이후 2년 9개월여만에 이뤄진 것으로, 문 대통령은 "다들 지쳤을 테고 녹초가 저도 녹초가 다 됐다"면서도 "유엔총회에서도 성과가 있었고 ABC 방송과 인터뷰까지 했기 때문에 마지막 마무리는 우리 언론인들과 하고 싶었다"며 간담회를 자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간담회는 공군 1호기 내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문 대통령과 기자들 모두 편안한 복장을 한 상태로 33분간 진행됐다.

또 진행을 맡은 박경미 대변인이 간담회 말미 문 대통령에게 마무리 발언을 하겠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자신이 발언하는 대신 기자들에게 추가 질문을 받겠다고 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 이번 순방에 대한 소회는.
▲ 일단 사실 올해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북한이 호응해 유엔총회를 잘 활용하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졌었는데 그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엔의 초청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행사에 저와 방탄소년단(BTS)이 주빈으로 참석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한 관심이나 세대간 공감과 이해도를 넓힌 부분이 보람있었다.

-- 참전용사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는데.
▲ 사실 참전용사 유해 봉환 때문에 하와이를 들른 것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마지막까지 한분이라도 더 찾아서 한국으로 모셔오고 가족들 품으로 되돌려드리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우리 정부 들어서 많이 노력하고 적지않은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찾지 못한 영웅들도 많다.

마지막까지 찾아 가족께 돌려보내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편으로는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들을 찾아 훈장을 드렸는데 이 역시 국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둘 모두 하와이에서 보람있는 일정이었다.

--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이 국내에 크게 소개됐다.

미국, 중국, 북한 등 당사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나.

▲ 언론에 보도된 반응, 특히 야당의 반응을 보면 '종전 선언에 대해 참 이해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2007년 10.4 공동선언을 통해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이미 합의를 했다.

이 때도 3자는 남북미, 4자는 남북미중이었다.

남북미가 추진하되 중국이 원하면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그 때부터 이미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도 중국도 이미 동의한 것이다.

다만 그 이후에 '비핵화'라는 상황이 더해졌기 때문에 이제 어떤 시기에 비핵화 협상과 어떻게 연결시켜서 할 것인지의 문제를 한미 양국이 협의해 왔고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돼 제안한 것이다.

제가 종전선언을 제안한 건 처음이 아니고 여러차례 있었다.

또 종전선언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부분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이후 (평화유지 체제는) 정전협정에 머물러 있다.

평화협상을 거쳐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관계가 정상화되는 건데 정전협정으로 끝나고 평화협상을 못한 채 70년이 흘러갔다.

지금으로서는 평화협정도 비핵화 어느정도 들어가야 이룰 수 있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에 들어가자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뿐만 아니라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도 아무 관계가 없다.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 양국이 합의해서 하는 것이고 북미관계 정상화되고 북미 수교가 이뤄지고 난 이후에도 한미가 필요하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이다.

-- 종전선언 세번째 제안했는데 진행되지 않고 있다.

관련국들이 소극적이라고 보나.

▲ 관련국들은 소극적이지 않다.

과거에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넘어가기 위한 평화협상 과정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 종전선언이 있어 문제가 단순했는데 지금은 북한 핵이 상당히 고도화되고 진전되며 평화협상과 별개로 북한의 비핵화가 또 이뤄져야 되고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돼 가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해주는 투트랙 협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종전선언이 어느 시기에 어떤 정도 효과를 갖고 구사될 필요가 있는 것인지 그런 점에서 보다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공감대가 있고 남북·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어차피 (진행될 문제다.

)

-- 남북대화가 필요하지만 코로나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법은
▲ 맞다.

지금 북한의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발전에서 큰 장애가 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화하는 데에는 코로나로 인한 북한의 봉쇄정책이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런 시간만 보낼 순 없고 결국 대화 공백이 길어지면 다시 여러가지 위기 상황이 조성되고 평화나 안정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제는 빨리 대화할 때다.

미국도 북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와 다르게 대화와 외교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함께 점진적 단계적 실용적 접근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북한이 빠른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 남북 연락통신선이 끊겼다.

그동안은 친서나 물밑 접촉으로 돌파구를 열었는데.
▲ 지금 한국과 미국에 의해 이뤄지는 대화 제안은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남북이 대화의 문들 닫아둔 것은 아니다.

최근 미사일을 발사하긴 했지만 원래 약속한 핵 실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에 대한 모라토리움은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대화를 단념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고조만 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여러 고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할 것, 이런저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그런 조건이 갖춰져야만 대화할 수 있겠다고 하는 것이고, 미국은 그런 조건조차 대화를 통해 얘기하자고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결국 북한도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리라 믿는다.

다만 그게 우리 정부에서 이뤄질지 다 못 끝내고 다음 정부로 이어져야 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 임기 내 마지막 남북 정상회담 기대해 볼 수 있나.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활용하는 방안은.
▲ 남북관계에서 더 진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될 책무다.

앞으로 남북회담이 가능할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국제적 계기로 베이징 올림픽이 있다.

그런 일정이 남북 간 관계개선의 하나의 계기가 될지 모르겠다.

--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손 내밀기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건가
▲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정상회담 성과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한 것이다.

하노이 회담 실패로 이 흐름이 멈춰버린 것이 아쉽다.

아직 북한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는 상태고 유엔의 제재가 있어 제한은 있지만 인도주의적 협력은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는게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면에서 국제사회가 서로 교류할 측면이 있다.

인도주의 협력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을 돕는 것이라 국제사회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 제가 다른 자리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다.

오늘 한번 더 하고 싶지는 않다.

-- 뉴욕의 노마스크 풍경에 놀랐다.

부럽다기보다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한국의 위드코로나 계획은.
▲사실 그 부분은 대통령의 계획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전문가들 의견이 중요한 것이다.

아직 백신접종이 목표에 이르지 못했고 1차 접종만 전국민 70%를 넘겼다.

다음달 말 접종완료율 7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 때가 되면 우리도 위드코로나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접종이 빨리 진행된 나라들이 방역조치를 완화했다가 다시 확진자가 늘어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많다.

그래서 위드코로나라 해서 모든 방역을 다 풀어버리는 것은 아니고 일상을 회복하면서도 필요한 최소한의 방역조치는 유지해나가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논의를 시작해 다음달 쯤 가시적으로 국민들께 계획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백신외교 성과와 관련, 올해 말부터 국민들은 백신을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 순방에서 두 방향의 진전이 있었다.

백신 허브 구상을 위해 화이자 회장 뿐 아니라 백신관련 업체들과의 접촉으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또 영국과의 백신교환, 베트남 백신 공여 등으로 국제협력을 높이고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후발국들에 대해 백신 접근성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성과도 있었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는 문제는 이제 걱정할 단계는 다 지난 것 같다.

사실 올해도 확보 물량은 문제 없다.

다만 초반에 들어온 시기가 좀 늦어 초기 진행이 좀 늦어진 측면이 있는데 그 부분을 빨리 따라잡아 다음달 쯤 되면 백신 접종률이 세계에서 앞서가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

베트남 공여로 알 수 있듯이 이제 우리도 여유가 충분해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백신 확보 과정에서 한 종류 백신에 차질이 생길지 몰라 그 경우에 대비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여유분이 생긴 것이다.

그런 물량을 활용해 도울 계획이고 국민 접종에 필요한 물량은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 언론중재법에 대한 생각은.
▲ 우선은 언론중재법이 청와대가 주도해서 이뤄지는 입법이 아니다.

가짜뉴스 와 허위보도에 대한 국가적 피해라든지 개개인이 입는 피해가 컸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당정 간에 원론적 합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당쪽의 추진에 의해 입법이 추진된 것이다.

언론이나 시민단체나 국제사회서 이런 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유엔총회 연설에서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우리 정부의 숙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 정부는 위기관리 정부일 수밖에 없다.

임기말이고 대선이 다가온다고 해서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