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중국이 공세적으로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중(反中) 블록에 대해서는 ‘냉전적 사고’라며 중국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비판했다.

정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회에서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점점 더 공세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인 파리드 자카리아 CNN방송 앵커의 질문에 “20년 전 중국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에서 흔히 중국의 대외 정책을 겨냥해 사용하는 ‘공세적(assertive)’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이것을 공세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이어 “중국이 가진 것을 외교정책에 반영하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중 전선에 대해서는 ‘냉전시대 사고’라는 표현을 쓰며 반박했다. ‘냉전적 사고’는 주로 중국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 호주 영국 안보 파트너십) 등을 겨냥해 비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정 장관은 자카리아 앵커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 정책을 설명하며 한국, 일본, 호주를 중국에 맞서는 하나의 블록으로 구분하자 “그것(반중 블록)은 중국 사람들이 말하듯이 냉전시대 사고(the mentality of Cold War)”라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자 신기술 관련 여러 분야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파트너”라며 한·중 관계를 강조했다.

대북 제재 완화 주장도 내놨다. 정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 “한·미 양국은 북한을 고립상태에서 끌어내 국제화 단계로 이끌기 위한 여러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며 “북한을 향한 인센티브 제공에 소극적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북한의) 행동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는 창을 열어놓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미국은 제재 완화나 해제에 준비가 안 돼 있지만 우리(한국)는 이제 이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