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美 23개주서 이미 시행"
"가정폭력에 관대한 한국…가해자 의무체포 고려해야"

지난 7월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자행했던 모친의 동거남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제주 중학생, 지난 9월 가정폭력 이혼소송 중 친정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남편에 의해 살해된 여성….
가정폭력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의무체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9일 보고서에서 "국내 가정폭력 가해자 제재에 심각한 수준의 입법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부부간 상호폭력일 것이라는 낡은 편견과 달리, 가정폭력은 상해·살인·방화·감금·납치·성폭력 등 강력범죄 유형이 총망라된 잔인한 범죄"라고 밝혔다.

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2만2천46건에 달하지만, 가정폭력을 수사기관에 신고해도 가해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가정폭력 피해자 및 관련 지원·수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가해자가 아무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답변이 41.8%에 달했다.

상담 명령이나 접근 행위 제한, 벌금 및 과태료 조치가 주를 이뤘으며 '유치장 수감'은 1.6%에 불과했다.

조사처는 "가정폭력 가해자 제재가 중요한 이유는 가정폭력이 더 관용될 수 없는 범죄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라며 "국가가 가정폭력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피해자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미국의 뉴욕주 등 23개 주가 이미 도입한 의무체포 제도를 하나의 모델로 제시했다.

의무체포 제도는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믿음이 있다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반드시 가해자를 체포하도록 하는 제도로, 대상자는 현재 또는 이전 배우자·파트너(동거자 등), 부모·형제 등이다.

뉴욕주의 경우 의무체포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피해자가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이 장소에 머물기 위해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챙겨오는 동안에도 경찰이 동행한다.

조사처는 "국내에서도 현행법으로도 가정폭력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지만, 가정폭력은 신고 후 출동 시 이미 상황이 종료돼 있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범죄로 인식되지 않아 현행범 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선 가해자를 체포하고 접근금지 명령 위반을 엄벌하는 '가해자 제재'로 입법·정책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