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 계열 재단 대표도 화천대유에 돈 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돈을 댄 초기 투자자가 당시 SK그룹 관련 재단 대표였던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끈다.

화천대유 초기 투자자 '킨앤파트너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화천대유의 2016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킨앤파트너스라는 투자업체가 등장한다.
[단독] SK 계열 재단 대표도 화천대유에 돈 댔다
화천대유는 사업이 시작된 2015년부터 대장지구 A1~2, B1블록 사업 용도로 킨앤파트너스로부터 291억원을 빌렸다. 연이자율 6.9~13.2%, 만기는 2017~2020년 등 조건이 붙었다. 화천대유는 엠에스비티라는 업체로부터도 비슷한 조건에 60억원을 빌렸다.

이 돈은 화천대유 초기 운영비와 토지·사업 계약금 지불 등 명목으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화천대유처럼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는 자체 자금력이 거의 없어 외부로부터 돈을 끌어와야 한다. 화천대유의 설립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회사가 금융회사들로부터 대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키거나 브릿지론을 받으려면 먼저 사업 인허가나 토지매입 계약상 등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필요한 운영비나 계약금 등은 초기 투자자인 소위 ‘전주(錢主)’들로부터 돈을 빌려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화천대유는 해당 차입금의 용처에 대해 “해당 차입금의 담보는 향후 당사가 취득할 예정인 프로젝트 사업부지”라며 “성남의뜰 컨소시엄 및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사업협약에 따라 협약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총사업비에서 공사비를 제외한 비용의 1%인 72억3900만원을 사업협약이행보증금으로 공사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화천대유가 킨앤파트너스로부터 빌린 돈은 2017년에는 장·단기를 합쳐 457억원(연이자율 13.2~25%)으로 늘었다. 같은 해 화천대유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금융권 대출을 일으키는데 성공해 PF유동화회사인 성남대장제일차 등으로부터 모두 2568억원의 단기 차입금을 조달했다.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에 빌려준 돈은 2018년 성격이 바뀐다. 장기차입금 351억원이 투자약정에 따라 프로젝트 투자금으로 변경된 것이다. 화천대유는 감사보고서에 “해당 투자약정에 따르면 당사는 A1블록 및 A2블록 사업 개발을 진행한 후 해당 투자금에 해당 사업 투자수익금 전액을 해당 투자약정상의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독] SK 계열 재단 대표도 화천대유에 돈 댔다
같은 해 킨앤파트너스도 장기대여금 351억원의 성격을 프로젝트 투자금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수익은 공동주택 개발사업에 따른 분양 총매출에서 사업 관련 총비용을 공제한 금액으로,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에 따른 정산 수익을 의미한다”고 적었다. 향후 화천대유가 거둘 아파트 분양사업 수익의 상당부분을 킨앤파트너스가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킨앤파트너스는 지난 3월에 화천대유와 프로젝트 예상수익금 중간정산을 하면서 선수수익 131억원을 챙겼다.
[단독] SK 계열 재단 대표도 화천대유에 돈 댔다
그런데 킨앤파트너스는 화천대유에 대한 투자금 상당부분을 개인인 A씨로부터 빌려 충당했다. 킨앤파트너스는 2016년 400억원(연이자율 10%)을 A씨에게 빌리면서 천화동인4호 특정금전신탁을 담보로 제공했다. A씨 정체는 문서상 드러나지 않는다.

천화동인4호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명의로 8712만원을 출자해 2019~2021년 3년간 1006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아간 SPC다. 천화동인4호 대표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표변호사로 있었던 한 로펌 소속 변호사로 현재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재단 대표가 화천대유 투자 결정

이처럼 화천대유의 대장동 개발사업에 초기 투자자로 사업 성공을 이끈 킨앤파트너스는 어떤 회사일까. 2013년 12월 설립된 킨앤파트너스는 투자자문 및 경영컨설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2018년 킨앤파트너스는 사무실을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에 위치한 우란문화재단 건물 5층으로 이전했다. 지난 6월엔 자회사였던 숙박업체 플레이스포에 흡수합병됐다.
[단독] SK 계열 재단 대표도 화천대유에 돈 댔다
해당 건물 소유주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다. 최 이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생으로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 지분 6.85%를 보유한 3대 주주이기도 하다. 2014년에는 모친인 우란 박계희(友蘭) 워커힐미술관 관장을 추모하는 뜻에서 우란문화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단독] SK 계열 재단 대표도 화천대유에 돈 댔다
2015~2016년 화천대유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당시 킨앤파트너스의 최대주주(지분율 100%) 겸 대표는 박중수씨였다.
[단독] SK 계열 재단 대표도 화천대유에 돈 댔다
박씨는 SK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 본부장을 거쳐 행복나눔재단 산하 식문화 관련 사회공헌재단인 행복에프앤씨재단 대표를 2016년까지 맡았다.
[단독] SK 계열 재단 대표도 화천대유에 돈 댔다
우란문화재단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중수씨는 2017년 말까지 최 이사장과 함께 우란문화재단 공동대표로도 재직했다. 박 씨는 2019년에는 우란문화재단에 30억원을 출연했다. 킨앤파트너스도 2019~2020년 매년 4억원의 기부금을 재단에 출연했다. 지난해엔 건물 임차료와 관리비 등으로 6억원을 지급했다.

본지는 킨앤파트너스에 화천대유 투자 경위와 우란문화재단과의 관계 등을 질의했지만 회사 측은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킨앤파트너스와 SK측 인사와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개인 투자자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정치인이나 공무원과는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