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방한협의 중 北 탄도미사일 발사…中 후속 행보 주목
北미사일에 체면 구긴 中, 대북소통·다자협상 시동걸까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 협의를 진행한 1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국의 향후 대북 접근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가는 북한 탄도 미사일 발사의 '타이밍'이 중국과 관련해 갖는 함의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대북제재 해제 문제에서 적극성을 보이고, 한미연합훈련에 반대를 표명하는 등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려 애썼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가역(可逆) 조항을 발동해 민생 관련 사항을 중심으로 제재를 완화하자는 주장을 지난 8월 영상으로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북한이 2018년 말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을 평가해 일단 제재를 완화한 뒤 북한이 다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경우 완화한 제재를 원상복구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왕이 부장의 방한 의제 중에도 분명 이 같은 제재 완화 방안이 포함됐을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예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왕 부장의 방한 협의가 한참 진행되던 시각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 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은 분명 중국의 제재 완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일로 볼 수 있었다.

중국의 방안이 현재 미국의 기조로 미뤄 성사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방안 내용 자체 또는 중국의 노력 강도에 대한 불만인지 등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구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 그 타이밍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관심은 중국의 향후 대북 행보에 쏠린다.

중국은 '체면손상'에도 불구,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북 비판 없이 고도로 절제된 반응을 내 놓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중국은 관련국들이 정치적 해결 방향을 견지하고, 자제를 유지하며, 대화와 접촉을 전개하고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과 단계적, 동시적 원칙에 따라 각국의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를 희망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선 중국이 북한과의 고위급 소통을 시도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왕이 부장이 최근 한국·베트남·캄보디아·싱가포르 등을 순방한데서 보듯 중국은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 탈출을 위한 주변국 외교 강화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 속에 고위급 교류가 뜸했던 북한과도 어떤 형태로든 적극 소통하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외부인'의 방문을 받지 않고 있는 만큼 고위 인사들간의 전화 통화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서 중국이 영향력 회복을 시도할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은 중국이 의장국을 맡아 2000년대 북핵 협상틀로 가동했다가 2008년말 이후 유명무실화한 '6자회담'을 거론한 점이다.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5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통화했는데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관련 사실을 전하며 후나코시의 국장 직함과 더불어 '6자회담 일본 측 단장'이라는 직함을 병기했다.

앞서 류 대표가 지난 10일과 6월 8일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과, 6월 23일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각각 통화했을 때는 통화 상대가 북핵 협상 수석대표였음에도 중국 외교부는 '6자회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불과 5일 전인 이달 10일 러시아와의 소통때는 쓰지 않았던 6자회담이라는 표현을 15일 일본과의 소통때 쓴 것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최신 변수와 관련이 있을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이 오래전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한데 이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미국과의 양자 대화에 집중하는 동안 6자회담은 외교가의 관심권에서 점점 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외교부가 '6자회담'이라는 표현을 쓴 것 하나만으로 중국이 다자협상 카드를 다시 빼 들 것으로 보기엔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

다만 미국의 전방위 압박과 포위 공세에 직면한 중국 입장에서 남북한과 미국, 일본,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다자협상 틀을 재가동할 필요성을 거론하며 한반도 및 동북아 현안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어 중국의 후속 행보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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