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신데렐라 몇사람으로 해결안돼…집권여당, 무능·태만 반성"
샌델 "사다리 간격 벌어져"에 '하버드 제자' 이준석 "경쟁하기 좋은 환경"

여야 대표가 14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만나 사회 화두인 '공정'을 을 주제로 대담을 벌였다.

샌델 교수가 서울 중구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에서 '개천 용'을 화두로 던지자 여야 대표는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신데렐라처럼 뽑힌 몇 사람으로 해결될 문제 아니"라며 국민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제자이기도 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유튜브 등 플랫폼의 등장에 과거와 달리 일반인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과거보다 훨씬 경쟁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샌델이 던진 '개천 용' 화두…여야 대표와 '공정' 대담(종합)
◇ '스카이캐슬' 언급한 샌델 "고등교육만으로 사회적 이동성 확보 어렵다"
샌델 교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에 동의하는지 한국에서 설문이 있었는데, 대다수가 더는 어렵다고 대답했다고 한다"며 화두를 던졌다.

이어 "하버드대나 서울대 학생을 보면 부유층 출신의 경우 일명 '스카이 캐슬'을 나오는 이들이 주로 입학한다"며 "그렇기에 고등교육만으로 사회적 이동성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가난한 학생이 명문대에 입학하는 방식의 계층이동 사다리가 해법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샌델 교수는 "사다리 하나하나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일의 존엄과 노동의 존엄에 집중하며 사람들이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송 대표는 "신데렐라처럼 뽑힌 몇 사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며 "사회적 이동성은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주듯, 삶 전체를 향상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수의 개천 용을 만들기보다는 국민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송 대표는 또 "'아빠 찬스'로 로스쿨 가는 등 아버지 지위를 상속하는 구조여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능력주의를 강조해온 이 대표는 "과거보다 훨씬 경쟁하기 좋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대표는 화상으로 참여한 샌델 교수를 향해 "(화면 속) 창문만 봐도 대학 시절이 생각난다.

그 때는 교수님도 저도 젊었던 것 같다"며 "교수님이 스카이캐슬에서 봤던 것과 한국사회가 또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버드대 1학년 시절 샌델 교수의 강연을 수강했다.

이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유명 방송사의 코미디언이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일반인 유튜버가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회에서는 정치·방송 권력, 어쩌면 비즈니스 권력도 더 빠르게 바뀐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경쟁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엘리트는 절대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마이클 샌델이 던진 '개천 용' 화두…여야 대표와 '공정' 대담(종합)
◇ 송영길 "집권 여당으로서 반성", 이준석 "엘리트도 변해야 한다"
송 대표는 "노동에 대한 존엄, 사회 연대를 강화하는 것을 지향한다"면서도 "저희 집권 여당도 반성하는 게, 무능과 태만·과실로 인해 동기와는 다른 결과를 내는 정책을 잘 못 쓸 수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에 야당이 필요하고 집단 지성이 있어야 한다"며 "동기에 맞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함께 '컨센서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30대 0선'인 자신이 대표로 당선된 것을 두고 "정치 엘리트에 대한 강한 저항이 나타났다고 본다"며 "엘리트들은 계속 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주하는 사람은 결국 더 크게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샌델 교수는 이날 화상으로 대담에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