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이어 민심서도 밀리면서 전격 결단…정치여정 일단 마무리
'대통령 빼고 다해본' Mr.스마일…秋風에 밀려 백의종군

한때 더불어민주당 '빅3'로도 불렸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절치부심해온 대권의 꿈 앞에서 멈춰섰다.

26년의 정치 무대 전면에서 일단 퇴장하는 순간이었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 대통령 빼고는 안 해본 게 없다는 말을 들었던 그였지만, 순회 경선에서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면서 높은 민심의 벽을 끝내 뛰어넘지 못했다.

특히 15대 국회 때 같이 영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득표율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맞물려 급상승한 것이 백의종군하게 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성 권리당원이 포진한 당심에는 밀리더라도 민심의 파도를 타고 3위 자리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날 개표한 1차 일반 선거인단 투표에서 추 전 장관에게 크게 말렸기 때문이다.

이른바 검찰 개혁 이슈 하나로 별다른 조직 없이 뛰고 있는 추 전 장관이 11.6%를 얻은 반면 정 전 총리는 4%의 득표에 그쳤다.

추석 연휴 이후에 텃밭인 호남 경선이 기다리고 있지만, 누적으로 현재까지 4만표 정도나 벌어진 격차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3위를 차지한다고 해도 별다른 정치적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 이르자 급정거한 것이다.

이로써 쌍용그룹 상무이사 출신의 경제통 인사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시작된 그의 정치 여정에 일단 종지부가 찍힌 셈이다.

정 전 총리를 도왔던 김민석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드물게 덕과 실력을 갖춘 정치인이었다"면서 "당선되면 품격 있는 유능한 대통령으로 국제무대에서 평가되리라는 점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면서 아쉬워했다.

'미스터 스마일'로 통하는 정 전 총리는 15대 총선에서 고향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당선돼 그 지역에서 4선을 했다.

이후 19대 총선에는 지역구를 '정치 1번지'인 종로로 바꿔서 당선됐으며 20대 때는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으면서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원조 친노·친문을 자처한 정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때 당 의장,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다.

2008년 민주당이 야당이 됐을 때는 당 대표로 대여 투쟁을 이끌면서 열린우리당 때부터 계속됐던 선거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기도 했다.

또 20대 국회에서는 전반기 국회의장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이어 내각으로 자리를 이동, 국무총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진두지휘했다.

다만 국가 의전 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이었던 그가 행정부 2인자로 옮긴 것을 놓고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나아가 올 4월 코로나 방역 와중에 관두고 나오면서 자신의 정치 일정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 전 총리의 대선 도전은 여기서 일단 여기서 끝났으나 본선을 앞두고 이른바 원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역할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총리도 이날 후보 사퇴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빼고 다해본' Mr.스마일…秋風에 밀려 백의종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