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의원회관 방 빼…설훈도 동반 사퇴하려다 만류로 번복
경선 후유증에 '정치1번지' 종로 재보선 변수 떠올라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 카드를 고수하면서 당 지도부가 비상에 걸렸다.

송 대표는 9일 오전 이 전 대표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정권 재창출을 향한 충정, 대선후보로서의 결의 등의 배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가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퇴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전날 이 전 의원의 전화를 받고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 등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경선은 당내 경쟁이지만, 이후 한 팀이 되기 위한 일종의 선거 축제"라면서 "본인의 충정은 존중하지만, 당으로는 의원직 사퇴를 말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설훈 의원이 이날 오전 11시 40분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려고 하자 만류했다.

이낙연 캠프 등에서도 반대 의사가 커지면서 설 의원은 입장을 번복하고 회견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전날 의원직 사퇴 선언에 이어 이날 회관 방을 빼고 보좌관들을 면직하기로 했다.

사퇴 선언을 번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인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 사직서에 대해 당분간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회법상 회기 중 의원직 사직 안건은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해야 의결)로 처리된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안건으로 부의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국민의힘간 협의가 필요하다.

여기에다 민주당 의석이 과반이 넘기 때문에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직서 처리가 불가능하다.

고 수석대변인은 "사직 안건 상정은 국회의장에 달려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본인 의사도 중요하지만 소속 정당 대표의 협의도 필요하다"면서 "이 전 대표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당 지도부는 신중하게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방 뺀 이낙연, 의원직 사퇴 '마이웨이'…송영길은 철회 요청(종합)
민주당은 같은 맥락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낸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안건과 이 전 대표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따른 것이고 이 전 대표 건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서로 다른 사안"이라면서 "윤 의원 건은 의장이 상정하면 민주당은 의원 각자 판단에 따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사퇴 선언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이런 입장은 실제 사퇴 안건 처리에 나설 경우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뿐만 아니라 연쇄 행동이 유발하면서 당내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설훈 의원의 사퇴 의사 번복에 더해 대선 후보 중 현직인 이재명 경기지사, 김두관 박용진 의원 등의 직 유지 문제도 경선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당에서는 이번 의원직 사퇴 파동으로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 당이 원팀으로 본선에 대응하는데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제5차 세계국회의장회의 참석차 오스트리아 빈을 공식 방문 중인 박 의장은 이날 "이 전 대표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다"며 "귀국하면 본인 의견을 들은 뒤 민주당 입장을 듣고 (사퇴안을) 얘기하겠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