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에 도쿄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내년 말까지 올림픽 출전 자격을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 조치로 북한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국가 자격으로 참가할 수 없게 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처럼 베이징올림픽을 남북 대화의 계기로 삼으려던 정부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일방적으로 2020 도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다”며 “IOC 집행위원회는 북한의 이같은 일방적인 결정의 결과로 2022년 말까지 북한 올림픽위원회의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북한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국가 자격으로의 참가가 불가능해졌다. 바흐 위원장은 북한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IOC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돼 현실적으로 북한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IOC는 기존에 북한에 배정했던 올림픽 출전 지원금도 모두 몰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IOC는 출전 지원금은 북한 올림픽위원회에 배정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로 지급이 보류돼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북한에 배정됐던 지원금은 수백만 달러(한화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전 자격 정지를 넘어 IOC가 일종의 독자 대북 제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올림픽을 2018년 평창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남북 대화의 계기로 삼으려던 정부 구상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한국정치세계학술대회에 참석해 “내년 2월 올림픽을 남북 협력 재개와 신뢰 구축의 중요한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베이징올림픽을 남북 대화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 장관은 앞서 ‘남북 공동 응원열차’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 장관은 지난 3월에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북공동 응원열차 운행’ 세미나에 참석해 “남과 북의 사람들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북경까지 함께 달려가 공동응원을 펼치게 된다면 (이는) 10·4선언과 판문점선언의 이행”이라며 이를 위해 북한 지역의 철도 개보수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IOC 결정에도 국제 스포츠 행사를 통한 남북 교류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남북정상이 이미 합의한 대로 올림픽 등 다양한 국제경기대회 등 통해 남북 간 평화의 계기를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남북 간 평화의 계기와 스포츠 교류의 계기를 찾아 나갈 방안을 계속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같은날 취재진에 “정부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바와 같이 베이징올림픽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남북한 스포츠 교류,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킬 방안을 계속 찾아보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