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전남 광주시의회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전남 광주시의회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전격 발표했다. 여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 흐름을 끊기 위한 ‘승부수’로 분석된다. 재난지원금 100% 지급, 보은 인사, 일산대교 무료화 등 지사직 남용 논란에 휘말린 이 지사에게 이 전 대표의 사퇴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진 빚을 갚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5일 충청권에서 치러진 첫 경선에서 사실상 더블스코어로 이 지사에게 뒤졌다. 접전을 예상했던 이 전 대표 측이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고심 끝에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전격 발표한 것은 이날 시작된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의 독주를 막고 반전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오는 12일 결과가 공개되는 1차 선거인단 투표에는 64만여 명이 참여한다. 이는 전체 선거인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전 대표로서는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의 기세를 꺾지 못하면 25~26일 치러지는 호남 경선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1차 투표에서 이 지사가 압승할 경우 이 전 대표의 텃밭인 호남에서 밴드왜건(선두에게 지지가 더 몰리는 현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는 ‘5·18 민주화 운동’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되물었다. 이는 호남, 개혁 세력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으냐”며 “우리는 5·18 영령 앞에, 세월호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 전 대표의 사직안을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바로 국회에 사직안을 제출하겠다”며 “국회가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에게도 적잖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사는 정부 방침과 다른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100% 지급, 보은 인사에 이어 일산대교 무료화 등 ‘지사 찬스’ 논란에 잇달아 휘말리고 있다.

이 지사는 앞서 국민연금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일산대교의 통행료를 무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도비 약 2000억원을 들여 국민연금으로부터 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경기도민의 세금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 노후자금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지사는 이런 비판에 대해 SNS에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받은 투자회수금은 이미 건설비를 초과했다”며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는 국민의 교통권과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민의 세금과 도로 이용 시민의 비용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야말로 세금 낭비며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