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통령 최근 다녀간 동남아도 방문…우군 확보·중립화 모색할듯
미중갈등 격화속 방한 왕이, 한미접근에 견제구 던질듯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14∼15일 방한은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중갈등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7일 왕 부장 방한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대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양국 간 고위급 소통을 강화하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와 상호 실질 협력 및 우호 정서 증진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종료를 8개월 남짓 남긴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답방과 북핵 해법 조율,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공조 등 한중간에는 여러 양자 현안들이 있다.

그러나 전방위로 진행중인 미중 갈등 국면에서 최근 중국의 외교 기조로 미뤄볼 때 중국은 세부 현안도 현안이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 아시아에서의 우군 확보 또는 미중 사이에서의 '중립화'를 시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이번 왕 부장의 10∼15일 순방국 면면을 볼 필요가 있다.

한국,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동북아와 동남아에 걸쳐 있는데,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고,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순방한 나라로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중 양측과 공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통해 중동에서 아끼게 된 역량을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는데 쓰겠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왕 부장의 순방을 통해 대 주변국 외교를 강화함으로써 한국 등이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 적극 협력하지 않도록 견제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7일 브리핑에서 왕 부장의 이번 순방시 방문 예정국을 열거한 뒤 "모두 중국의 주변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면서 왕 부장의 방문이 중국과 이들 나라의 우호 관계를 한층 드높이고 상호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는 이 같은 중국의 의중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한국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 예상 이상으로 적극 협조키로 했다는 평가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양국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담겼는데, 한미 정상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공식 문서에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또 미국 의회에서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대상 국가를 기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담은 법안이 추진되는 등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터에 경제 관계를 중심으로 한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 외교·안보가 미국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왕 부장의 중요한 방한 목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중국 입장에서는 지난달 탈레반의 아프간 수도 카불 장악 이후 탈레반에 대한 제재 반대, 내정간섭 반대 등을 중심으로 천명해온 자신들의 대 아프간 해법에 대한 동조세를 확보하는 것도 이번 순방의 목적 중 하나일 것으로 점쳐진다.

그간 시 주석과 왕 부장은 쿠바, 이란, 러시아, 파키스탄 등 우호적 관계에 있는 나라 정상 또는 외교장관과 전화로 소통하며 아프간 문제에 대한 자국 입장을 설파하고, 미국과 갈등 중인 남중국해, 대만, 홍콩 문제 등 현안과 관련해 중국 입장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곤 했다.

1차로 우방 상대 전화외교를 진행한 왕 부장은 이번 순방 계기에 전략적으로 미중 사이에 걸쳐 있는 나라들을 상대로,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자국 정책에 대한 동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