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해산·간부 인사도 당내 반발로 여의치 않자 연임 포기
자민당 간부회의 직전 니카이·가토에게만 불출마 의사 전달
日스가 '깜짝 불출마' 막전막후…가족마저 사퇴 권유
"솔직히 깜짝 놀랐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단한 것 같다.

"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당 총재 선거 불출마 발표 직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가 내각 출범의 1등 공신이자 자민당 실세인 니카이 간사장이 놀랐을 만큼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은 갑작스러웠다.

4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전날 열린 자민당 임시 간부회의에서 오는 29일 총재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회의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리에서 불출마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자민당 간부회의 직전인 당일 오전 니카이 간사장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 단 2명에게만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다른 측근 및 정권 간부들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이야기였다.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는 총리 연임 포기를 의미한다.

사전 통보를 받은 니카이 간사장이 "총리의 결의를 받아들이자"고 말한 것 외에 다른 참석자의 발언은 없었고, 총리가 퇴장할 때 전원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요미우리는 참석자를 인용해 전했다.

日스가 '깜짝 불출마' 막전막후…가족마저 사퇴 권유
요미우리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2일까지만 해도 니카이 간사장을 만나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총재 선거용으로 30조엔(약 316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주변 인사에게 밝혔고, 오는 7일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예산 책정을 지시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었다.

불출마 의사를 굳힌 시점은 2일 밤으로, 가족도 사퇴를 강하게 권유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스가 총리는 도쿄 올림픽(7월 23일~8월 8일)이 끝나고도 예상과 달리 내각 지지율이 바닥을 기자, 당 간부 인사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다.

그러나 총재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간부 인사를 하려는 스가 총리의 무리수는 당내 반발을 초래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선거대책위원장에 니카이 간사장의 측근인 하야시 모토오(林幹雄) 간사장 대리를 임명하려고 했지만, 하야시 대리가 고사했다.

스가 총리는 당 간부 인사를 통해 니카이 간사장도 교체하려고 했는데, 이는 자민당 주요 파벌 중 하나인 니카이파 소속 국회의원들의 분노와 불만을 불러왔다.

日스가 '깜짝 불출마' 막전막후…가족마저 사퇴 권유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에게도 요직 기용을 타진했다.

그러나 고노 담당상이 속한 파벌의 수장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에 대해 "지금은 움직이지 마라. '예스'도 '노'도 생각하지 마라"며 답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고이즈미 환경상도 인사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오히려 2일 스가 총리에게 사퇴를 권유했다.

스가 총리는 같은 날 밤 자민당 간부 인사와 관련해 사토 쓰토무(佐藤勉) 당 총무회장과 전화로 상담했는데, 3일 임시 간부회의와 총무회에서 "불만이 나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퇴 결심을 굳혔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앞서 스가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전 중의원을 해산해 총재 선거를 중의원 선거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 역시 당내 반발을 초래해 단념해야 했다.

중의원 해산도, 당 간부 인사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스가 총리는 결국 연임 포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